본문 바로가기

[이정민이 만난 사람] 청년정치 맞수, 이재영·정호준 의원

중앙일보 2015.06.06 01:14 종합 16면 지면보기
정호준 의원(왼쪽)과 이재영 의원은 “청년들에게 상황은 안 좋지만 이렇게 해보라고 하는 게 조심스럽고 죄송하다. 그렇지만 희망을 갖고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들이 수강 학점만큼 등록금을 쪼개 내는 학점별 등록금제도 논의했다. [최승식 기자]


청년실업 100만 명 시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세대’란 말이 청년을 대변하는 용어가 될 정도로 청년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은 미미하다.

젊은이들, 정당 들어와 목소리 내야 청년문제 풀린다



 여야의 청년 정치를 이끌고 있는 새누리당 이재영(비례대표·초선·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 청년정책연구센터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서울 중구·초선) 청년위원장에게 청년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물었다. 지난 4일 중앙일보사에서 열린 대담을 통해 두 의원은 “젊은이들이 도전의식을 갖고 정당에 들어와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야 청년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새누리당에 오면 정치가 재밌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이 의원), “청년위원회가 청년 비례대표 추천권을 갖고 어떻게 좋은 후보를 선출할지 고민하고 있다”(정 의원)며 청년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청년은 2030을 말하는데 이 의원은 41세, 정 의원은 45세다. 당내의 청년 기준은.



 ▶정 의원(이하 정)=통상 40세 미만을 청년으로 보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은 40세였다 45세로 올렸다. 130명의 의원 중에서 45세 미만은 7명이다.



 ▶이 의원(이하 이)=새누리당도 45세 미만을 청년으로 하고 있다. 10명의 의원이 있다.



 -과거보다 노령화된 것 같다.



 ▶정=우리 당의 평균 연령이 58세다. 그만큼 의사결정구조가 노후화됐다는 거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27세,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30대 초반, 우리 아버지(정대철 고문)도 30대에 초선 의원이 됐다. 지금은 40대 국회의원도 얼마 안 된다. 오죽하면 ‘청년 비례대표’를 만들겠나. 당원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바람에 청년의 당내 역할과 위상이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폴란드는 43세 대통령, 그리스는 41세 총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43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44세에 총리가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47세에 대통령이 됐다. 40대 중반이면 국가지도자급이 나오는 나이다. 우리 정당은 20~30대에게 기회와 역할을 주는 게 부족하다.



 ▶이=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낮은 건 고령화에서 기인한다. 또 우리 정치가 전문성을 많이 요구하는데 그러려면 사회구조상 40세는 돼야 한다. 외국은 고등학교부터 정당 활동이 허용돼 캐머런 총리도 이튼 스쿨 다닐 때 디베이트 클래스(토론수업)에서 치열히 논쟁하고 정치적 생각을 가다듬고 표현하는 걸 트레이닝 받았다. 대학 졸업 땐 이미 상당한 정치인이 돼 있었다. 우리는 당에 들어와 활동할 청년들을 뽑을 사회적 틀은 없고 법의 제약만 있다.



 -심각한 청년 이슈가 많지만 정당의 정책 기능은 미흡하다. 왜 그런가.



 ▶이=어떤 이슈를 국회에서 이끌고 가려면 집단이 필요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큰 목소리로 끌고 가야 하는데 청년 목소리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300명 중 250명이 50대 이상이다.



 ▶정=청년들이 취업, 자녀 양육 등 먹고사는 데 집중하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 정당은 선거 때만 청년을 챙긴다.



 -우선시하는 청년 이슈는 무엇인가. 그 문제의 본질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정=1인당 소득이 4만4000달러인 뉴질랜드는 배관공 평균 연봉이 8600만원이다. 배관공이 되려면 대학 갈 필요가 없고 배관공 프로그램 교육만 받으면 된다. 우리는 좋은 학교 가는 데 모든 게 맞춰져 있다. 교육, 사회적 인식 등이 총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결국은 일자리다. 60만 명의 구직자가 나오는데 좋은 일자리는 5만 개밖에 없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구조가 아니니까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갖고 나왔다. 그러나 결과물은 시간이 지나야 나온다.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연구센터장을 2년째 맡으면서 해법을 찾기 위해 청년들과 소통하고 있다.



 -선배로서 청년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면.



 ▶이=‘일단 뛰고 보자’고 권하고 싶다. 지금까지 대기업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 중소기업 6곳을 옮겨 다녔는데 그중 3군데가 망했다. 대기업, 외국 기업 간 사람들은 쭉쭉 올라가 30대 초·중반에 부사장 타이틀을 다는데 ‘나는 낙오되는 건가’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청년들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정=저도 중소기업에 다녀보고 사회적 기업을 세워보기도 했다. 잘된 것보다 안 된 게 더 많지만 그때 경험이 지금 좋은 씨가 돼 어떤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 젊기 때문에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시간을 낭비한다거나 기운 없이 있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기업(삼성전자)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아이비리그 유수 대학 나온 친구랑 지방대 공대 나온 친구가 같이 일했다. 몇 년 뒤 평가는 외국에서 온 친구가 적응을 더 못하더라. 열정을 어떻게 펼쳐내는지가 더 중요하다.



 -당내에서 청년 활동을 하면서 느낀 문제점은 무엇인가.



 ▶정=청년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게 돈이다. 여성위원회의 경우 국고보조금(158억원)의 10%(16억원)를 지원받지만 청년위는 그런 게 없다. 당 지도부나 의원들도 청년에 대한 관심이 선거에만 맞춰져 있다.



 ▶이=당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은 선거 때만 쓰이는 소모품 같은 느낌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국고보조금의 10%를 청년에게 지원하는 법안을 새정치연합과 같이 냈지만 당 지도부의 관심을 못 받고 있다. 지난해 청년위원장을 하면서 청년조직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나중엔 국회에 입성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오신환(서울 관악을) 의원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어느 정도는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지난 총선 때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청년 비례 대표를 뽑았다. 이런 시도는 성공했다고 보나.



 ▶정=청년 비례대표 제도는 청년의 참여 없이 인위적으로 만든 제도다. 슈퍼스타K 방식으로 해서 청년 비례대표 의원 2명이 당선됐지만 내부적으로 부족하단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청년위원장에 선출된 후 당헌·당규를 바꿔 청년위에 청년 비례대표 추천권을 주도록 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20대 총선 청년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TF’를 구성해 어떻게 청년 비례대표를 뽑을지 고민하고 있다. 청년 범위를 40세 미만으로 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이=새정치연합의 슈스케 방식은 신선했지만 정치 쇼가 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본다. 지난해까지 청년위원장을 지냈는데 그간의 활동이 부족했단 걸 인정한다. 대선 때 (반값 등록금 같은) 청년 이슈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관리에 대해선 반성할 점이 많다.



 -이·정 의원 모두 정치 명가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정치에 뛰어들게 된 동기는 뭔가.



 ▶이=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어떤 나라는 많이 발전하고 어떤 나라는 발전 못하는 걸 보면서 왜 이럴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게 정치가 살아 있으면 그 지역은 발전하고 정치가 죽으면 그 지역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기회가 있다면 바른 정치를 하는 데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정=정치를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정치 하고 싶지 않았다. 오랫동안 할아버지가 야당 생활했고 아버지도 신군부의 정치적 탄압을 받고 어려운 생활을 많이 해 어린 마음에 ‘정치는 참 힘들구나’라고 생각했다. 빌 게이츠처럼 자기의 부(富)를 사회에 나누는 성공한 CEO가 되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내가 하고 싶은 나눔의 삶이 일개 기업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선이 1년 남았다. 2030들에게 ‘우리 당에 와서 도전해보라’고 할 세일즈 포인트는.



 ▶정=청년 비례대표를 청년위원회가 추천하고 청년이 경선에 참여했을 때 가산점을 주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청년의 눈높이에서 청년에 대해 고민하고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새누리당에 오면 정치가 재밌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게 정책적으로 풀려나가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글=이정민 정치·국제 에디터 jmlee@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S BOX] 정일형 손자, 정대철 아들



정호준 의원은 서울 중구에서 3대에 걸쳐 14선을 기록한 정치인 가문 출신이다. 8선 의원을 지낸 할아버지 정일형 전 신민당 부총재(2~9대)와 5선 의원 출신인 아버지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고문(9·10·13·14·16대 의원)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정 의원은 정대철 고문이 대선자금 문제로 구속돼 2004년 총선 출마가 어렵게 되자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옥중의 아버지를 찾아가 출마하겠다고 하니 ‘네가 제정신이냐. 미쳤느냐’며 화를 냈다. 아버지가 그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 내가 ‘아버지도 30년 전 할아버지가 반대했는데도 출마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하셨다.” 1977년 당시 유신에 저항하던 정일형 부총재가 의원직을 상실하자 미국 유학 중이던 정대철 고문이 몰래 귀국해 보궐선거에 나가 당선된 걸 거론한 것이다.





[S BOX] 도영심 전 의원 아들



이재영 의원은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아시아 담당 부국장을 지냈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았다. 현재는 강동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 중앙청년위원장(2013~2014년)을 지냈고 2년째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연구센터장을 맡아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청년정책센터를 거쳐간 학생 2000여 명을 통해 청년 이슈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고 이것을 정책에 녹아들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권정달(3선 의원) 전 자유총연맹총재와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도영심 유엔 스텝재단 이사장의 아들이다. 누나는 CNN 일레이나 리 수석부사장 겸 아시아·태평양 총괄본부장. 2012년 5세 연상인 방송인 박정숙씨(경희대 국제교육원 객원교수)와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