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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여자를 유혹할 때 조심해야 할 것

중앙일보 2015.06.06 00:17 종합 24면 지면보기
김형경
소설가
동년배인 지인 여성은 만날 때마다 몸에서 여성성을 지운 모습이었다. 화장을 중단하고, 헤어스타일을 짧은 커트로 바꾸고, 옷차림을 매니시하게 변화시켰다. 그녀의 의도는 명확했다. “지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동등하게 업무를 보려 해도 남자 눈에는 단지 여자일 뿐이야. 평등한 관계가 어렵지.” 이미 15년 전 얘기이고 보통 여성보다 앞선 행보였다. 얼마 전 자영업자 여성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해보았다. 남성과 같은 필드에서 사업할 때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남자들이 성적 대상 취급하는 것.”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던 기능, 성욕과 공격성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남자에게 늘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오래도록 여성은 여성성을 돋보이게 하는 기술로 생존 권력인 남자 마음을 얻고자 했다. 남자의 의식 속에도 화장·웃음·애교로 무장한 채 남자 마음을 사기 위해 애쓰던 여자 모습이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여성들은 서서히 사회적 입지와 생존법을 변화시켜 왔다. 반면 남자는 성적 대상이 아닌 존재로 여성을 대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현대 사회의 남녀 관계에 어떤 구조 변동이 일어났는지를 고찰했다. 인문학 분야의 연구들을 통섭해 남녀의 친밀감에 균열이 생긴 이유를 짚어냈다. 개인의 나르시시즘, 상호의존성, 여성의 전통적 역할 거부, 남성의 책임감 벗기 등. 그리고 결혼의 미래를 두 가지로 예측했다. “친구 관계 같은 결혼과 주거를 공유하는 결혼. 전자는 성적인 몰입은 낮아도 평등과 공감의 관계를 맺는다. 후자는 친밀함은 없어도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전한 환경을 공유한다.”



 남자의 속내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 주는 미디어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다. 그곳에서 듣는 남자들의 고민에는 친밀한 관계 맺기에 관한 것이 많다. 남자가 여자 마음을 얻기 어려운 이유는 여성을 대하는 시각 때문으로 보인다. 사회적 생존법을 변화시켜 온 여성은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혼의 미래에도 성적 몰입은 배제되어 간다. 성욕을 앞세우는 유혹의 기술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팁을 하나 주자면 “여자를 얻고 싶으면 여자가 탐낼 만한 존재가 되라”는 것이다. 그 후에도 허겁지겁 여자를 쫓아서는 안 된다. 원하는 여자 앞에서 여자에게 관심 없는 듯 초연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비밀인데, 이것은 그동안 여자가 남자를 향해 사용해온 유혹법이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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