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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이 ‘메르스와의 전쟁’을 지휘해야 한다

중앙일보 2015.06.06 00:12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5일에도 5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해 모두 41명으로 늘었다. 공군 원사가 최종 확진됐고 평택성모병원에서 3차 감염자가 2명 발생했다. 서울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3차 감염자도 나왔다. 최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쓴 70대 환자가 안타깝게도 숨졌다. 연일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지수가 한계점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지하철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 부쩍 늘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메르스 전쟁에 책임이 있는 청와대·새누리당·보건복지부가 5일 박원순 시장의 ‘메르스 관련 대시민 발표’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박 시장이 전날 밤늦은 시각에 서울 대형병원 의사가 메르스 증세가 생긴 상태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한 사실을 공개한 것을 문제 삼았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도대체 뭘 제대로 한 일이 있다고 박 시장을 비난하는지 모를 일이다. 특히 실패를 거듭한 복지부는 박 시장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박 시장의 심야 발표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와 충분히 상의했어야 했다. 복지부가 자료 제공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밤에 1565명의 격리 방침을 발표한 것은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의 ‘메르스와의 전쟁’ 선포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총회 참석자 1565명에게 자가 진단을 맡기려는 복지부의 소극적 방침과 달리 지자체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감염 가능성이 작다고 하더라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과감한 방식으로 싹을 원천적으로 잘라버려야 확산의 고리를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동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권선택 대전시장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경기도는 메르스의 진원지이고 대전에선 6명의 확진자(모두 3차 감염)가 발생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해 다른 단체장들도 독자적으로 메르스 퇴치에 나섰다. 안 지사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서울·경기·충남 연합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지금은 중앙정부만의 힘으로는 메르스를 이길 수 없다. 현장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방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단체장들의 이런 움직임을 비난해선 안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중앙정부가 머뭇거리면서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1차적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박 대통령은 5일 “만약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독자적으로 해결하려고 할 경우에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인식이 실망스럽다. 우리는 박 대통령이 중심이 된 민·관·군·경 합동대책본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광역단체장, 전 부처 장관과 군·경찰, 의사협회·병원협회장, 바이러스·면역학·역학·정책홍보 등의 민간전문가 등을 한자리에 모아 대책본부를 만들어야 한다. 24시간 현황을 점검하고 독려해야 한다.



 제대로 역할을 못하면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관 대응TF와 문형표 복지부 장관에게 맡겨 놓았는데, 이 체제로는 국민의 불안을 걷어낼 수 없다. 특히 문 장관은 초동대응 실패로 인해 무슨 말을 해도 국민 신뢰를 얻기 힘들다. ‘메르스와의 전쟁’에 여야와 중앙정부·지방정부가 따로일 수 없다.



 정부는 평택성모병원에서 3차 감염이 발생하자 이제야 실명을 공개하고 주민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달 27일(발표는 28일) 최초 환자와 같은 병실이 아닌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가 감염됐을 때 바로 그리했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감염자가 거친 의료기관은 14곳이다. 전부를 공개하는 것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한 곳은 공개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래야 문제의 의료기관을 다녀온 사람이 스스로 진단을 받고 감염 여부를 가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관리망에서 벗어난 채 타인에게 옮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명단(격리대상자 리스트 포함) 공개가 부담스러우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서비스(DUR)에 올려야 한다. 그러면 의사들이 실시간으로 위험 환자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정보를 계속 숨기면서 불신을 자초해왔다. 이제부터라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국민 신뢰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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