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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손으로 해를 가릴 건가 … SNS ‘찌라시’를 허하라

중앙일보 2015.06.05 00:42 종합 28면 지면보기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띠링~.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취재하는 도중에 ‘카톡’이 왔다. ‘○○병원은 환자가 나왔으니 절대 가지 마세요’ ‘◇◇지역은 마스크 쓰세요’. 하루에도 십수 번씩 들어오는 글이다. 고열로 시작되는 메르스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메르스 예방법에 현실과 동떨어진 ‘낙타’ 이야기가 강조되면서 또 한 번 SNS를 달궜다. ‘출퇴근할 때 낙타를 탄다’거나 ‘아침에 냉장고에서 낙타유를 꺼내 마실 뻔했다’는 우스갯소리가 퍼져 나갔다.



 고백하건대 나는 SNS와 담을 쌓았다. 남들 다 하는 ‘리트윗’이나 ‘팔로잉’을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유일하게 SNS를 챙겨 보는 경우가 이럴 때다. 남들이 채우는 정보의 바다에서 내가 원하는 취재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기사보다 SNS가 더 빠르고 정확할 때도 있어 종종 감탄하곤 한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엄마들의 정보력은 대단하다. 엄마들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명을 물어보는 질문에 답변이 수십 개씩 이어진다. 아내도 SNS에 올라온 정보를 보고 6개월 된 아들을 원래 다니던 종합병원에 데리고 가도 되느냐며 매일 캐묻고 있다.



 SNS의 폐해는 누구나 알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재생산되거나 특정 의견이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져 여론을 이끌어 가는 쏠림현상 등이다. 요즘엔 메르스 공포에 따른 지역 이기주의도 SNS를 타고 번지고 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지역명을 비공개하고 있는 정부는 ‘괴담’이나 ‘찌라시’로 규정한 관련 정보를 강력 단속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오늘도 SNS에는 새로운 정보가 속속 올라오고 주변 사람들은 이를 다른 이에게 전파하고 있다. 직장인 친구는 “SNS를 막는다는 건 손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같다. 솔직히 여기서 나오는 찌라시를 정부나 언론보다 더 믿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이를 주도하는 건 젊은 세대다. 평상시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거나 트위터에 일기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게 일상이다. 먹거리를 많이 찍어 올리는 인스타그램은 농담조로 ‘먹스타그램’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세월호, 어린이집 학대처럼 사회적 이슈가 터지면 순식간에 사회 참여의 장으로 변신한다. 일상 속 여가 수단이 분노도 쏟아내고, 공감도 불러일으키는 여론기관이 되는 셈이다. 메르스 사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제대로 알려 주지 않고 언론이 밝히지 못하는 가려운 부분을 대신 긁어 주는 건 분명하다. 젊은 세대의 불신이 커질수록 SNS 소비도 함께 늘어나는 모양새다. 정부도 ‘메르스 찌라시’가 어디서 시작됐는지가 아니라 왜 시작됐는지를 ‘색출’해야 하지 않을까.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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