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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선상 카지노 내국인 출입 허용해도 좋을까

중앙일보 2015.06.03 00:05 종합 26면 지면보기


논쟁의 초점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근 크루즈 산업 육성을 위해 선상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글로벌 크루즈 선사와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선상 카지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우려와 강원랜드 카지노 운영에 타격을 줄 거라는 등의 반발도 만만찮다. 찬반양론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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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크루즈 시장 진출 위해 필요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장
크루즈 산업이 지역경제 및 연관산업 발전효과가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중·일을 포함해 아시아 크루즈 시장은 2020년 700만 명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밝은 전망이 외국 크루즈 선박을 아시아로 불러 모으고 있다.



 21세기 유망상품인 크루즈 산업에 우리나라 기업이 참여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성장 및 국제수지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신(新)수종 산업이라 할 수 있다. 크루즈 선박 1척 운항에 약 1500개 일자리가 나오고 경제적 효과도 2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크루즈 사업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크루즈 선박을 한 척 확보하는 데만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크루즈 사업 여건도 외국에 비해 불리하다. 선상 카지노 규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적 크루즈에는 선상 카지노가 허용되지 않고 내국인 출입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최근 크루즈 선박은 점점 대형화·고급화되고 있다. 크루즈 선박에 레스토랑·수영장·공연장·사우나·카지노·면세점 등을 마련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도 대형화가 필요하다. 크루즈 관광객들은 선내 시설과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선박을 선호한다. 크루즈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도 같은 입장이다. 크루즈 사업자가 선상 카지노를 설치하는 이유다. 고급 사양의 모범택시가 인기가 좋은 이유와 같다.



 크루즈 선박의 시설은 놀이동산 시설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놀이동산 입장객이 모든 시설을 경험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시설이 있고 볼거리가 많은 곳을 선호한다. 마찬가지로 일상에서의 탈출과 새로운 체험을 원하는 크루즈 관광객들이 규제로 제한된 우리나라 크루즈 선박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몇 년 전에 우리나라 국적의 크루즈 선사가 사업을 접고 철수한 것은 한국에서 겪는 수많은 어려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국제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규제로 국적 크루즈 선사의 경쟁력을 하락시켜서는 안 된다.



 사실 크루즈 선상 카지노는 육상 카지노보다 접근이 어려워 확산 가능성이 낮다. 선상 카지노는 약 200만원에 달하는 크루즈 여행상품을 우선 구매해야 하는데, 카지노를 이용하기 위해 이같이 많은 부담을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선박이 항구에 정박하고 있어도 아무나 승선할 수 없고, 선상 카지노는 크루즈선이 공해상에 운항 중일 경우에만 이용이 가능해 도박 중독에 빠질 만큼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도박 중독증 유병률 등을 우려해 국적 크루즈 선박의 카지노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인터넷 도박도 많고 마카오 같은 지역도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국적 크루즈의 선상 카지노만 출입을 제한하다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다. 오히려 크루즈 선박 내 카지노는 이용자의 신분과 이용시간 및 베팅 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이용자에 대한 건전한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 전문 도박꾼이 신분이 노출되는 국적 크루즈선 카지노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한편 국적 크루즈선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 시 국내 카지노 매출액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국내 카지노 이용자와 크루즈 관광객은 수요층이 분명히 다르기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크루즈 관광객은 선상의 많은 프로그램과 여행의 편리성 때문에 크루즈를 선택하지 카지노를 이용하기 위해 승선하지는 않는다.



카지노는 크루즈 관광객에게 선상의 많은 즐길거리 중 하나에 불과하다.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는 사람이 모두 도박 중독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가산을 탕진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을 하면서 여가를 즐기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구더기 없이 장을 담그는 방법을 지혜롭게 모색할 때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장





선상 카지노 중독성 더 치명적



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카지노의 외국인 이용을 허용하면서 내국인 출입은 금지하고 있다. 크루즈법 심의 과정에서 ‘선상 카지노는 사행성을 부추기고 도박 중독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논란에 직면한 해양수산부(해수부)가 ‘내국인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외국인 전용으로만 운영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여론은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은 오픈 카지노의 도화선으로 작용해 나라 전체가 도박 열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런데 지난 5월 경제관계장관들과 마주한 해수부 장관은 돌연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2012년 폐업한 최초의 국적선 클럽하모니의 실패 이유가 ‘외국 크루즈에 있는 카지노가 없어서 경쟁에 밀렸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선상 카지노는 공해상에서만 출입이 가능하므로 이용 시간이 짧고 베팅금액도 사행성 논란이 생길 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이제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사행성 논란은 가라앉혀도 좋을 만큼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해수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카지노가 크루즈 경쟁력의 유일한 대안인가. 하모니호를 운영했던 경영진에 따르면 크루즈에서 카지노는 중국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마케팅 채널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크루즈는 승선권과 선내 식사 및 시설이용권을 포함한 티켓 구매 수익이 80%, 승선 후 선상 수익이 20% 정도로 운영된다. 이 중에서 카지노로 인한 수익은 전체 매출액의 10% 이내인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므로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관광 목적지의 매력, 다양한 다이닝 서비스, 수준급 공연장·댄스홀·수영장·레스토랑 등 부대시설의 차별성, 선내 문화·예술·여가 프로그램의 독특성, 운항 경험과 안전성 등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국적 크루즈 선사 설립과 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선상 카지노의 불허가 아니라 ‘다양한 시설에 대한 수많은 규제들’이라는 게 하모니호 경영진의 주장이다.



 한편 해수부가 파악하고 있는 선상 카지노의 도박중독 자료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오류가 많다. 무엇보다도 ‘선상 카지노의 일평균 출입 시간이 5∼6시간에 불과해 도박 중독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해석부터가 문제다. 강원랜드 이용객들의 평균 소비시간이 7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선상의 폐쇄된 공간에 갇혀서 일정한 게임에 몰입하는 망망대해 속 5시간의 치명성을 가늠할 수 있다.



게다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분석에 따르면 이용자의 70% 정도가 중독성이 거의 없다는 희망의 복권을 통해 도박에 입문해서, 결국은 가장 중독성이 높은 카지노에 이르러 절망에 빠지지 않는가. 도박은 이용 시간이나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접근이나 경험 자체가 중독의 원인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합법적인 도박의 종류가 세계 최다일 뿐 아니라 국민의 도박 성향과 불법 도박이 결합해 ‘도박 천국’이란 오명을 낳고 있다. 2014년도 사감위의 사행산업 이용실태는 우리의 도박중독 유병률이 5.4%로, 영국·호주 등 외국보다 2~3배 높은 수준임을 보고하고 있다. 동시에 국민의 64%가량은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대단히 심각한 수준임을 염려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해수부가 구태여 행정의 신뢰를 저버리고 국민의 정서를 무시하면서까지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을 강행할 이유가 있는가. 지난 1월의 약속처럼 외국인 전용으로 운영해 나가면서 차분하게 인프라·시스템·서비스 등을 준비하는 장기적 안목과 경영적 관점이 필요하다. 한탕주의 성과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크루즈 산업 육성이 민생 안정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사행성 논란에서 한 발 비켜선 국민과 국회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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