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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구단·김경문 무한신뢰 … 잘되는 집안 NC 비결

중앙일보 2015.06.02 00:55 종합 25면 지면보기
NC는 김경문 감독의 강한 리더십 아래 똘똘 뭉쳤다. 한 달 만에 9위에서 1위까지 무섭게 치고 올라갔다. [뉴시스]


지난달 14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NC와 LG의 경기.

김 감독 임기 1년 남았는데도 3년 연장 재계약 힘 실어줘
레임덕 없이 중장기 비전 만들어 … 신구 조화 성공, 예상 깨고 1위



 두 팀은 연장 12회 끝에 0-0으로 비겼다. 4시간 47분간의 소모전이 끝나자 김경문(57) NC 감독은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마치 NC가 역전승이라도 거둔 분위기였다. 김 감독은 특히 선발투수 이재학을 시작으로 손정욱·이민호·임정호·임창민·최금강 등 투수들의 무실점 피칭을 격려했다. 손시헌·이종욱 등 두산 시절부터 김 감독과 함께 한 선수들은 “감독님이 저러시는 걸 처음 봤다”며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경기 후 NC 야수들은 김 감독과 함께 1호 버스에, 투수들은 박승호(57) 타격코치와 함께 2호 버스에 나눠 탔다. 박 코치는 “오늘 투수들이 잘해줬는데 타자들이 점수를 뽑지 못했다. 타격코치로서 미안하다” 며 허리를 굽혔다. 선수들은 박 코치의 사과에 몸 둘 바를 몰라했다. 이날 NC는 이기지 못했지만 승리보다 값진 걸 얻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다. 이후 NC는 창단 후 최다인 8연승을 포함해 12승3패를 기록했다. 4월 말 9위였던 NC는 5월에만 20승1무5패(역대 월간 최다승 타이)를 기록하며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2013년 NC가 1군에 진입했을 때 “리그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우려했던 다른 구단들이 모두 NC의 아래에 있다.



 객관적 전력을 보면 NC는 4강 후보로 꼽기 어려웠다. 지난 겨울 선수보강이 없었고, 신생팀 프리미엄이 없어지면서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도 4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2013년 7위, 지난해 3위에 오르며 일으켰던 돌풍이 잦아들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찰리(4승5패, 평균자책점 5.74)와 이재학(1승2패, 3.69)의 부진, 마무리 김진성(종아리 부상)과 셋업맨 원종현(대장암)의 이탈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도 NC는 약해지지 않았다. 40세 손민한과 38세 박명환, 22세 이태양과 26세 노성호가 선발로 번갈아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김 감독은 노장들에게 6~10일 휴식을 주고, 젊은 선발들에게는 불펜을 겸업하도록 했다. 에이스 해커 외에는 보직과 일정이 유동적이지만 각자 기량과 컨디션에 알맞은 역할을 맡아 불만이 없다. 평균 주 1회 등판하는 손민한은 벌써 6승(3패, 평균자책점 3.58)을 올렸다.



 NC가 강한 이유는 ‘김경문 체제’가 견고하기 때문이다. 2012년 NC의 창단 감독이 된 그는 5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첫 계약기간이 2014년까지였지만 2013시즌 후 이태일 NC 다이노스 대표는 남은 1년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 3년 계약(총액 17억원)을 제안했다. 프로야구 사상 전례 없던 계약이었다. 레임덕을 걱정할 시기에 김 감독은 강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선수단과의 신뢰와 유대가 깊어졌다. 하루하루 승부에 매몰되지 않고 중·장기 비전을 갖고 팀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최근 프로야구는 구단과 감독의 역할·책임 분담이 중요해졌다. 장기 비전을 세우고 마케팅을 주도하는 건 구단이며, 현장 책임자는 감독이다. 양측의 균형이 깨지면 팀은 분열한다. 구단과 감독이 대립하는 순간 코치는 자기 살 길을 찾고, 선수는 핑계를 찾는다. 감독은 계약기간 마지막 해가 위험하다. 신생팀 답지 않게 NC는 리스크를 미리 차단했다.



 손민한·박명환 등 노장 투수들은 사실상 은퇴 상태에서 연봉 5000만원만 받고 NC에 입단했다. NC가 넥센에서 임창민을 트레이드해 오고, LG에서 방출된 원종현을 트라이아웃을 통해 영입한 것도 2~3년 앞을 내다본 일이었다. NC 라인업에는 베테랑 이호준(39), 젊은피 나성범(26), 외국인 테임즈(29)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1군 진입 3년 만에 NC는 가장 효율적이며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했다. 구단과 감독이 비전을 공유하기에 구성원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갖고 뛴다.



 어느 팀이나 강하고 안정된 리더십을 원한다. 그러나 리더 혼자 힘으로 그걸 이루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김 감독 체제에 힘을 실어준 덕분에 NC는 더 강해졌다. 이 과정에서 많은 유망주들이 성장했고, 한물 간 스타들이 돌아왔다. NC 구단의 지난해 캐치프레이즈는 동반질주였다. 올해는 전력질주다. 그들은 그렇게 뛰고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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