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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의 스포츠 이야기] 30㎝를 옮긴 야구선수와 관점의 변화

중앙일보 2015.06.02 00:48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종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콘텐트 본부장
1996년 무렵 삼성전자에서 신제품 TV를 내놓았을 때 ‘숨어 있는 1인치를 잡아라’는 광고가 크게 히트한 적이 있다. 당시 모델로 야구선수 한 명이 있었는데 그는 대구 출신의 삼성 외야수 전상열이었다. 발이 빠르고 야구 센스가 좋았으나 쟁쟁한 선배 틈에서 자리를 못 잡고 한화-두산으로 팀을 옮겼다. 데뷔 10년이 지나 겨우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05년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 등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발휘, 모은 돈으로 경기도 구리에 아파트도 샀다. 두산에서 코치를 하는 그를 만나면 예전 광고 이야기를 화젯거리로 삼기도 한다.



 빛 바랜 광고문구와 함께 그가 기억난 데는 요즘 NC 다이노스 3루수인 지석훈(31) 선수 때문이다. 프로 12년 차인 그도 10여 년간 찬밥신세였다가 올해 ‘몬스터 시즌’을 보내고 있다. 원래 3루 주인이던 다른 선수가 부진하자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전천후 수비력을 바탕으로 일약 주전으로 떠올랐다. 타율은 3할1푼4리로 규정타석에 5개만 채우면 랭킹 17위로 뛰어오를 정도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놀라운 것은 그가 2003년 프로(현대 유니콘스) 데뷔 후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이 2할1푼3리에 그친 물방망이였다는 점이다. 올해 그의 대변신의 비결은 옛 광고문구와 비슷하다. 숨은 30㎝를 찾았다고 할까. 변화구에 절절맸던 그의 약점을 고치는 데 필요한 것이 타석에서의 30㎝였다.



 그는 올해부터 타석에 서는 위치를 바꿨다. 보통 타자들은 직사각형의 타석에서 포수 쪽으로 붙는데 지석훈은 반대로 투수 쪽 모서리에 바싹 다가갔다. 대부분 타자들은 좀 더 투수와 거리를 멀리 두고 공의 궤적을 끝까지 보려 한다. 그러나 지석훈은 투수 쪽으로 다가선 것이다. 박승호 타격코치와 상의한 그는 “변화구에 맥을 못 췄는데 차라리 변화구가 내 앞에서 떨어지거나 빠져나가기 전을 노리겠다”고 결심했다. 빠른 직구의 타이밍 잡기가 힘들어지는 문제점은 배트를 짧게 잡고, 방망이 무게를 줄이는 방법으로 풀었다.



 그와의 대화에서 관점(觀點)이란 단어가 가슴을 쳤다.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이란 말이다. 영어로 ‘standpoint’라고 하는데 ‘서다(stand)’는 단어와 ‘자리(point)’라는 단어가 합쳐 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바꾸면 생각과 행동의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자리를 바꾸니 약점이던 변화구가 직구처럼 보여서 잘 치게 됐다는 지석훈처럼 인생의 문제도 한 걸음 옮겨 보면 어떻게 보일까. 내가 서 있는 타석은 어디쯤일까.



김종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콘텐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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