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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행령 수정권한 법안’ 파동, 합리적으로 해결돼야

중앙일보 2015.06.02 00:45 종합 30면 지면보기
행정부의 시행령 등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그는 이 법에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며 “(법이 시행되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국회의 입법 사안에 대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꺼내든 상황은 유감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립 차원을 떠나 국가가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이 법에 중대한 결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위헌성에 관해선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팽팽하다. 그러나 일단 이런 논란이 뜨거운 것 자체가 큰 문제다. 이렇게 중요하고 논란적인 법률이라면 국회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공청회와 국회토론을 거치는 게 마땅하다.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율사 출신 의원들조차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소급 적용의 위헌성 여부를 놓고도 의원들의 말이 왔다 갔다 했다. 전문 소위조차 이런 판이었고 여야 지도부는 타협이라는 명분으로 벼락치기·끼워팔기로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니 3분의 2가 넘는 ‘211명 찬성’이라는 수치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졸속으로 만들어놓으니 벌써부터 ‘시행령 수정 요구의 강제성’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주장이 다르다. 모든 게 코미디에 가깝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적으로 해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없애는 것이다. 국회가 법률안을 정부에 이송하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러면 국회는 이를 다시 표결하는 문제를 놓고 분란에 싸일 것이다. 대통령의 반대가 확고하고 ‘졸속 입법’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센 마당에 여당 지도부가 다시 ‘3분의 2 찬성’을 밀어붙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열은 국정의 다른 분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정치공세로만 가져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여야는 법안 처리가 졸속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종식될 수 있는 방안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행정부의 잘못된 시행령·총리령·부령 등에 대해 국회의 견제가 필요하다면 이는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절차를 통해 추진하면 된다. 그럴 경우 국회는 여론의 지지를 받게 되고 국민의 위임을 받은 입법권을 행정부로부터 보호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 아울러 시행령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국회가 보다 정교한 법률안을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내세우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삼권분립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는 ‘현역 의원 정무특보’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친박계인 윤상현·김재원 의원이 대통령의 정무특보로 위촉돼 있다. 대통령의 정무특보가 국정감사를 포함한 의정 활동에서 행정부 견제라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겠는가. 국회를 상대하려면 대통령 자체가 당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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