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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뚝 … 수출 비명

중앙일보 2015.06.02 00:29 경제 3면 지면보기
지난달 수출이 5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수출은 423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0.9% 줄었다. 감소율로 보면 2009년 8월(-20.9%) 이후 최대다. 수입액은 1년 전보다 15.3% 줄어든 360억7000만 달러였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흑자는 63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2년 2월 이후 4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생긴 불황형 흑자다.


엔·유로화 약세에 치여 물량 감소
40개월 연속 무역 흑자 기록에도
수입보다 수출 많이 줄어 불황형
“통화가치 안정, 중국 내수 공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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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는 “지난달 수출이 부진했던 것은 유가 하락에 따라 수출 품목의 단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석가탄신일로 인해 조업일수까지 하루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출 단가의 하락만으로 최근의 수출 부진이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수출은 물량 기준으로도 1년 전보다 3.1% 감소했다. 올 들어서 물량 기준으로 수출이 감소한 것은 2월(-1%), 4월(-0.9%)에 이어 세 번째다. 수출 물량 자체가 준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주요 품목별로 살펴보면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26.6%)와 컴퓨터(22.3%), 반도체(4.8%) 정도만 수출이 늘었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7.9% 감소했고, 철강도 19.2%나 줄었다. 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화학(-22.8%)과 석유제품(-40%)의 수출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역별(5월 1~20일 기준)로는 중국과 중남미를 제외한 미국, 유럽, 일본으로의 수출이 모두 줄었다. 특히 1분기에 호조를 보였던 미국으로의 수출도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수출 부진 현상을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엔화와 유로화의 약세로 국내기업들이 일본·독일 기업과 경쟁하기가 힘들어졌고, 중국 역시 기존의 가공무역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우리의 핵심 산업이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 약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정부 규제를 풀어 수출을 이끌어 갈 새로운 산업과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세계경제가 서비스업과 현지생산 중심으로 재편되다 보니 경제성장만큼 교역이 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며 “원-엔 환율을 안정시키고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장·단기 대책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전자상거래 등 현지 유통망을 활용해 중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경기가 살아나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호주·캐나다 등 유망 지역을 대상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무역보험 지원도 지난해 38조5000억원에서 올해 43조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만들어 이달 중 내놓기로 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인천 송도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세계은행 가입 60주년 기념 한국 주간(Korea Week) 행사에서 “6월 이후엔 신차가 출시되고 석유화학업계의 시설 보수가 끝나기 때문에 수출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품목이나 지역별로 수출을 지원하고 더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관련부처와 함께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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