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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알딸딸 … 아, 달달

중앙일보 2015.06.02 00:28 경제 2면 지면보기
지난달 26일 정오쯤 서울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 롯데주류의 과일 소주 ‘순하리 처음처럼(이하 순하리)’이 차곡차곡 쌓이는 매대 앞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쇼핑하던 직장인들이 멈춰섰다. 회사원 최현경(26·여·서울 구의동)씨도 그 중 한 명. 최씨는 “순하리를 사려고 편의점이나 마트에 10번 이상 갔어도 못 구했는데 이렇게 찾았다”며 순하리 두 병을 샀다.


13.5~14도 과일 맛 … 소주 전쟁 2탄
롯데 순하리 두달 새 1000만 병 팔려
공장 풀가동 … SNS선 판매정보 교환
무학 좋은데이, 금복주 순한참 가세
하이트진로도 경쟁 뛰어들 분위기

 지난해 연말 소주업계의 ‘알코올 도수 전쟁’이 ‘믹스주 전쟁’으로 번졌다. 믹스주란 소주에 과일향을 넣어 만든 ‘과일 소주’를 뜻하는 업계 용어. 믹스주는 소주에 과일향을 일부 섞어 만든 술로 주세법상으로는 리큐르로 분류된다.



없어서 못 팔아 … 허니버터칩 신드롬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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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소주의 도수가 낮아지는 것은 순한 술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와 저도수가 더 수익이 난다는 업체들의 입장이 서로 맞아떨어지면서 진행됐다. 하지만 믹스주 열풍은 그 양상이 다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이색적인 맛이 소주 소비자를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믹스주 열풍의 주인공인 롯데주류의 순하리는 지난 3월 20일 출시됐다. 알코올 도수 14도짜리 리큐르로 소주 원액에 유자과즙이 0.1% 첨가됐다. 롯데는 ‘저도수 성지’라 불리는 부산에서 출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부산은 36.5도 저도수 국산 양주 골든블루가 50%, 16.5도 소주 좋은데이가 75%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저도수 술 선호도가 강한 지역이다. 롯데는 젊은 층이 많은 부산 경성대 앞에 팝업스토어 ‘순하리 펍’을 운영하는 등 이 지역 ‘저도수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0.1%의 유자즙은 출시 직후 돌풍을 일으켰다. 순하리는 여성 주당들을 중심으로 새콤달콤하고 부드러운 술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한 달만에 130만 병, 두 달만에 1000만 병이 팔렸다. 지금도 하루에 17만 병 이상씩, 초당 2병 꼴로 판매되고 있다.



 순하리가 인기 몰이를 하면서 그동안 소주 ‘처음처럼’의 점유율 하락으로 고민하던 롯데주류는 천군만마를 얻었다. 지난해 업계에서는 1조6000억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소주시장에서 참이슬이 47%, 처음처럼이 17%, 좋은데이가 14%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한 대형마트 주류 구매담당자(MD)는 “3월까지만 하더라도 전년 대비 병소주 매출액이 5% 감소 수준이었는데, 순하리 출시 이후 4월 5.3% 증가, 지난달 10.7% 증가로 돌아섰을 정도”라고 전했다.



 부산 지역에서 시작된 순하리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당초 ‘5월 말까지 품귀현상 해소’를 공언했던 롯데주류의 발표도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 양문영 롯데주류 수석은 “강릉 공장을 순하리 생산으로 ‘풀 가동’하고 있는데도 수요가 더 늘어 품귀현상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주당’들 사이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순하리 등 과일 소주의 입고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지난 주말의 경우에는 ‘30일 밤10시 롯데마트 대덕테크노밸리점에서 순하리 샀다’ ‘30일 밤 11시 이마트 일산점 순하리 있음’ 등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회사원 조현우(32·일산 대화동)씨는 “매번 순하리 ‘득템’(아이템 획득)에 실패하던 중 친구 페이스북에 순하리를 구했다는 글이 올라와 2병을 얻었다”고 말했다.



 순하리의 인기몰이에 자극받은 지방 소주 업체들도 연이어 과일 소주를 출시했다. 16.5도 소주 ‘좋은데이’로 부산·경남지역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던 무학은 지난달 12일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를 출시했다. 석류(레드)와 블루베리(블루), 유자(옐로우) 등 3가지 맛으로 출시됐다. 무학은 마케팅 인원을 총동원해 수도권과 영남 지역에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를 동시 출시하며 시장 수성에 힘을 다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주점 등 업소용으로만 물량이 풀려 대형마트 등 일반 구매는 불가능하다.



 대구에서 ‘참소주’를 판매하고 있는 금복주도 지난달 18일 유자과즙이 첨가된 14도 믹스주 ‘상콤달콤 순한참’을 선보였다.



 금복주의 이진욱 홍보팀장은 “부드러운 술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맞춰 ‘소주 베이스 칵테일’을 내놨다”면서 “이르면 이달 중 유자 외에 2가지 맛을 추가로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과일 소주 출시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던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도 최근 ‘적극 검토’로 입장을 바꿨다. 이 회사 김승록 과장은 “영업부서와 도매상, 고객들로부터 과일 소주 출시에 대한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과일 소주 열풍이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판단만 선다면 출시는 며칠 안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사과소주 ‘참이슬 애플’을 여름 한정판을 발매해 완판한 경험이 있으며, 전신 격인 진로그룹 시절에는 95년 체리15, 레몬15 등의 과일 소주를 내놓았었다.



 5% 가량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보해만 과일 소주 출시 대신 ‘그냥 소주’에 올인하는 정공법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 미투(me too·따라하기) 상품으로는 점유율 상승이 어렵다는 전망에서다. 그 대신 보해는 서울에서는 용량이 크고 푸른색 이미지로 시원함을 강조한 ‘아홉시반’을, 본사가 있는 호남 지역에서는 지역색과 우정을 강조한 ‘잎새주 부라더’를 내세운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둘다 17.5도짜리 소주다.



보해, 따라하기 대신 ‘그냥 소주’로 정공법



 특히 지난달 18일 출시된 잎새주 부라더의 경우 전라도 억양을 살린 ‘부라더’라는 단어를 통해 지역의 형제애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 회사 김정수 홍보 담당은 “일반 잎새주(19도)에 비해 도수가 낮아(17.5도) 주정을 아끼게 된 원가절감분의 일부를 문화사업, 일자리 창출 등으로 지역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A마트의 한 관계자는 “순하리가 주류계의 허니버터칩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저도수 술을 찾는 것은 확실한 트렌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B마트 측 관계자는 “그동안 믹스주의 판매는 반짝 인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순하리를 만드는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인기가 얼마나 오래 갈지를 두고 관측이 엇갈릴 정도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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