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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월요일] 나무가 편안해 만지다 만들다 … 직업이 됐다

중앙일보 2015.06.01 01:39 종합 20면 지면보기
“다시 태어나면 나무를 만지는 목수 일을 하겠다. 고향 논산에 내려가 기구 좀 갖춰 놓고, 좋은 대패도 사서 손녀딸 의자나 식탁 같은 것을 짜고 싶다.”(소설가 박범신, 김정운이 쓴 『남자의 물건』에서)

 박범신씨처럼 목수를 꿈꾸는 사람이 요즘 제법 많아졌다. 흔히 생각하는 목수의 이미지는 어려서 동네 목공소에서 봤던 아저씨다. 그런데 21세기의 목수는 다르다. 2000년대 국내에서도 자신만의 가구를 만드는 DIY 열풍이 불면서다. 목공이 괜찮은 취미로 자리 잡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엔 재단 된 목재를 조립하는 수준이었던 사람들이 이젠 스스로 가구를 디자인하게 됐다. 전용 작업공간까지 차린 사람도 있다. 목공의 매력에 빠져 아예 전업 가구디자이너로 나선 이들도 생겨났다. 지난달 15~31일 ‘가구에서 위안을 받는 방법’이란 제목의 전시회를 연 FX Project 소속 작가들이 그중 하나다. FX는 ‘Furniture eXperience(가구 경험)’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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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의 경력을 보자. 김은희씨는 여행사를 운영했고, 김희원씨는 시민단체 출신이다. 김태원씨와 강연구씨의 예전 직업은 각각 인테리어업체 사장과 대학 교직원이었다. 막내 이현정씨는 클래식 악기 오보에를 수리했다. 이들에겐 취미로 목공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책장(김희원씨) 레드오크 1000 X 260 X 2000㎜
 김은희씨는 “내가 만든 가구를 마냥 쌓아 둘 수 없어 주변에 하나둘씩 나눠 줬는데 다들 무척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직업이 돼 버렸다”며 웃었다. 그는 “원목의 느낌이 정말 좋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나무를 다듬고 매만지는 동안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배도 고프지 않다”고 했다. 이현정씨는 “원래 만드는 걸 좋아했다. 가구공방에 우연히 놀러 갔다 재밌어 보여 목공을 배웠다”며 “지난 10년간 취미생활이었다. 지난해 ‘이쯤 되면 준비가 다 됐다’는 생각이 들어 전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태원씨는 “처음엔 나와 가족들이 쓸 가구를 직접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일이 재밌어 생업으로 삼게 됐다. 가구를 다 완성한 뒤 느끼는 보람은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같이 목공을 공부한 김은희씨와 김희원씨가 주축이 돼 지난해 팀이 꾸려졌다. 지난해 첫 번째 전시회에 이어 올해 전시회도 ‘수다’를 콘셉트로 잡았다. 김은희씨는 “가구를 통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데 편안하고 격의 없이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다른 전시회들과 달리 직접 가구를 만져 볼 수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일랜드 테이블(강연구씨) 화이트오크 790 X 1800 X 755㎜
 다들 목수로 사는 기쁨과 성취감을 말한다. 짧게는 일주일 내내 고생하면서 머릿속 디자인을 가구로 만들어 내는 과정이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느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고 한다.

 아직까지 큰돈을 벌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래도 김은희씨는 “원목가구에 대한 수요가 늘고 감성을 채우는 디자인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전망은 좋다”고 말했다. 김태원씨는 “목공을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는다. 가장 중요한 게 창의적 디자인”이라며 “원목의 느낌을 잘 살리면서 쓰임새에 어긋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카세트 데크 캐비닛 (김태원씨) 호두나무·웬지 490 X 450 X 1000㎜
 ▶어디서 배우나=목공을 제대로 배우려면 직업전문학교가 좋다. 국비 지원을 받아 공짜다. 그러나 수업이 하루 종일 이어지기 때문에 직장인에겐 무리다. 그럴 경우 공방을 찾으면 된다. 요즘 공방은 원목가구 주문 제작뿐만 아니라 목공 교육도 한다. 월 30만~40만원에 주말 수업을 받는다. 대패질과 끌질에서 시작해 석 달 정도 기초 과정을 마치면 작은 소품 정도는 만들 수 있다. 균형과 비율을 이해하는 게 필수다. 집에서 가까운 공방의 위치는 한국DIY가구공방협회 홈페이지(www.koreadiy.org)나 네이버 카페 ‘우드워커’(cafe.naver.com/woodworker)에서 검색할 수 있다.

 ▶무엇이 필요하나=자·각도기·끌·대패·망치 등 공구뿐만 아니라 안면보호구·가죽앞치마·보호화 등 안전장구도 필수다. 본격적인 목수로 나서려면 테이블 톱과 같은 전동공구를 써야 하는데 개인이 마련하기도 어렵고 소음·먼지 문제가 있다. 개인회원을 받아 주는 공방을 이용하면 된다.

 재료는 주로 원목을 쓴다. 중밀도섬유판(MDF) 같은 인조합성목은 가급적 피한다. MDF는 폐목재 등을 접착제와 섞어 만들어 가격이 싸다. 친환경 등급이 아닌 인조목은 사람 몸에 해로운 성분이 들어 있다. 새집증후군이나 아토피의 원인으로 꼽힌다. 요즘 원목을 수입해 제재한 뒤 인터넷을 통해 파는 곳이 생겨났다. 어지간히 큰 나무가 아니라면 넓은 판재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필통 정도 크기로 나무를 조각조각 재단한 뒤 친환경 본드로 붙인 집성목을 많이 찾는다. 집성목은 통째로 쓰는 원목에 비해 틀어짐이 적다. 쇠못은 잘 안 쓴다. 나중에 못 구멍이 헐거워져 가구가 주저앉기 때문이다. 대신 친환경 본드와 나사(피스)를 연결한다. 레고 블록처럼 짜맞추기도 한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목심을 박아 연결하는 방식도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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