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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저씨 敎육 공感] 한 방에 끝날까?

중앙일보 2015.06.01 00:44 종합 28면 지면보기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
모 연예인이 아기를 낳고 몸조리를 했다는 산후조리원은 가격이 비싼데도 예약하려면 힘들다고 한다. 왜일까? 그 산후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하면 나와 내 아기가 그 연예인처럼 최고급의 대우를 받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기 때문이다. 산후조리원만이 아니다. 할리우드 스타의 2세 유모차로 유명한 유모차를 끌어야 한다. 글쎄 폼은 나겠지만 그런다고 내 아이가 할리우드 스타의 2세가 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이 “한 방에 끝낸다”는 마음은 점심을 굶어가면서 월급을 모아 명품가방을 사려는 마음가짐과 다르지 않다. 명품가방 하나로 광고사진 속의 여인들과 동급이 된다는 환상은 막상 명품가방을 사고 나도 비정규직 알바생의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이와 유사하게 아이가 크면 전교 1등이 다니는 학원을 보낸다. 전교 1등은 그 학원 다녀서 전교 1등이 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부모의 유전자가 남다르거나 돌연변이로 공부를 좋아하거나 또는 수년 전에 어떤 동기부여가 있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작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 따위 외면하고 전교 1등이 다니는 학원에 내 아이를 보내놓고 “전교 1등은 못해도 전교 10등이라도 하겠지”라는 바람을 갖는 것은 산후조리원이나 유모차만큼이나 희망사항이다.



 학원은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누구누구가 우리 학원을 다녔다를 알리려고 애쓰고 학부모는 누가 어느 학원을 다녔는지 알아내려고 애쓴다. 하지만 내 아이는 전교 1등을 한 아이와 다르다. 유전자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부모조차 다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 잡히지 말자는 말은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대학 가려고, 좋은 성적 받으려고 오늘을 유보하면 오늘은 죽은 시간이 되어버린다. 전교 1등이 가는 학원을 찾을 시간에 내 아이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눈이 반짝거리고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묻고 같이 고민해 보자. 전교 1등이 가는 학원을 알아서 한 방에 보내버리고 내 아이가 전교 2등 하는 착각이 무엇과 닮은꼴인지 안다면 하지 말자.



내 아이에게는 삶을 사는 다른 방법과 선택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같이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찾아가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강아지에게 “앉아” 하나를 가르치는 데도 수백 번의 시도와 실패와 칭찬이 필요하다. 심지어 나도 잘 모르는 인생의 길을 내 아이에게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일이 어떻게 한 방에 가능할까? 당신의 인생은 한 방에 가능했는지 돌아보자.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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