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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노래로 배웠네]<19>남자들이여, 왜 사귀자고 말 안하나?

중앙일보 2015.05.29 14:12
벌써 그를 만나기 위해 다섯 번 째 꽃단장 중입니다. 소개팅으로 만난 서른 셋의 남자 A는 적당히 무난한 남자입니다. 100%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취향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게, 한 번 진지하게 만나볼까 생각 중입니다. 다행히 A도 제게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관심이 없다면, 다섯 번이나 만나자고 먼저 말하진 않았겠지요.





훗. 너란 남자, 조금 궁금해지는 군




그런데 이 남자 언제쯤 제게 “사귀자”고 말할까요? 피차 작정하고 나온 소개팅인데, ‘모’ 아니면 ‘도’ 아니겠어요? 그런데 A와 저의 관계는 개와 걸 사이 그 어디메를 서성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약간의) 스킨십도 했거든요. 제가 먼저 말을 꺼내자니 자존심도 상하고, 될 일도 안 될 것 같아서 참고 있는 중입니다.



도대제 이 남자, 왜 사귀자고 말하지 않는 걸까요?





뒤를 돌아 보면, 너는 나랑 사귀는 거야




동네에 알 만한 남자사람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남사친1 : 왜 사귀자고 말 안하냐고? 단순해. 사귀자고 말하지 않아도 사귀는 것처럼 썸타면서 만날 수 있으니까. 너 A랑 스킨십했니, 안했니?

나 : 어, 그러니까…. 약간의 부끄부끄….

남사친1 : 그것봐. 사귀지 않아도 사귀는 거랑 다를 바 없는 거지. 충분히 그런 관계가 가능한데 뭐하러 책임있는 관계를 가지려고 하겠냐. 그냥 그렇게 만나다가 쿨하게 헤어지는거지 뭐.





남사친2 : 그냥 너랑 한 번 자보려고 그러는 거야. 즐기는 것 뿐이라고. 어장 관리하면서.

나 : 뭐라고? 정말?

남사친2 : 많지는 않지만 일부 그런 남자들이 있어요. 너도 즐길 거 아니면 조심해.





남사친3 : 네가 나이도 있고, 혹시라도 결혼으로 발목 잡힐까봐 망설이는 거 아닐까?

나 : 뭐라고? 나는 당장 결혼 생각이 없는데?!

남사친3 : 그래도 인생은 모르는 거지. 싫지는 않은데 결혼할 만큼 완전히 좋지는 않으니까 간 보고 있는 거 아니겠어?





이런 젠장. 누구 하나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 주지 않더군요. 답답한 마음에 검색창에 ‘썸’이라고 쳐봤습니다. 그러자 연관 검색어에 ‘썸 확인법’이란게 뜨더군요. 이 관계가 썸인지, 아닌지. 이 관계가 잘 될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줄줄이 나오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남자가 썸만 타고 사귀자는 말을 안해요”라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배스트 답글은 이런 거 였습니다. “일단 연락을 끊어보세요. 만약 남자가 만나자고 계속 연락이 온다면 그건 진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남자도 같이 연락을 끊으면 ‘아 내가 그의 어장 속에서 관리를 당했던 거구나’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 어장 안에 너 있다




언제부터 연애를 시작하는 일이 이렇게 힘들어졌을까요?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저 또한 진지한 관계가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정작 A가 사귀자고 했을 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알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냥 나이와 시류와 주변의 성화에 밀려 적당히 무난하고 나쁘지 않은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건 아닐까요. 저도 여기저기 간을 보며 짠지, 단지, 싱거운지 입맛만 다시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무소유와 극기의 무성욕자 생활로 돌아간 다음,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나는 소유가 아닌 무소유






소유와 정기고가 부른 ‘썸’은 달콤하기 그지 없습니다만, 현실의 ‘썸’은 ‘간’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결혼의 압박은 있는데 결혼하기는 싫고 연애는 해야겠는데 혹여 책임질까 두려운, 요즘 결혼 적령기 세대의 사랑 공식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소유와 정기고에게 ‘썸’ 2탄으로 ‘간’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썸몽둥이 기자 SOMEmongdoong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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