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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ech NEW trend] 한 해 지원자 300만 … 구글리 해야 구글러 된다

중앙일보 2015.05.29 00:07 경제 2면 지면보기

라즐로 복
“8살짜리 조카에게 데이터베이스(DB)가 무엇인지 3줄의 문장으로 설명하시오”

 미국의 경제지 ‘비지니스인사이더’가 소개한 구글의 입사 인터뷰 시험 문제다.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꼽히는 구글. 이 곳에는 1년에만 약 300만장의 입사 지원서가 접수된다. 이들 가운데서 회사를 이끌어갈 혁신적인 인재를 꼽기 위해서는 창의성은 물론 전문성·순발력 등을 두루 살펴봐야한다. 구글의 입사 시험에서 이처럼 생각의 틀을 깨는 질문이 던져지는 이유다.

 세계경영연구원(IGM) 글로벌 전한석 대표는 “이런 평가방식은 구글만의 특징이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 전체의 문화”라며 “실리콘밸리에 창업정신과 혁신을 이어가는 직원들이 차고 넘치는 배경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6개월동안 최대 25번이나 되는 면접시험을 거쳐 구글러(구글 직원을 일컫는 말)가 될 확률은 0.25%. 하버드대보다 25배 들어가기 어렵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에 6년 연속 선정된 기업.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최고경영자(CEO)의 ‘친정’. 구글은 이런 인재들을 어떻게 뽑고, 평가하고, 키울까.

 27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에서 만난 라즐로 복 인사담당 수석부사장은 “우리는 ‘구글다운’(Being Googley) 인재들만 뽑는다”고 밝혔다. ▶회사에 뭔가 다른 가치나 재능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줄 아는 지적인 겸손·유연함을 갖췄는지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스스로 줍는 자발적인 사람인지를 본다고 했다. 그는 “청소를 하라는 게 아니다. 누가시키지 않아도 나서서 하는 ‘자발성’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이한 질문을 하는 면접관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평범한 질문을 통해 지원자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더 눈여겨 본다”고 말했다.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도 구글 인사정책의 핵심 요소다. 복 부사장은 “이제 인재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특정 국가나 성별만 뽑는 것은 기업으로서 엄청난 실수”라고 말했다. 러시아 이민자인 공동창업자(세르게이 브린)이나 인도계인 순다 피차이 수석부사장 등 다양한 국적의 인재들은 구글의 역동성을 끌어올린다. 시급 3달러짜리 허드렛일부터 GE그룹의 인사담당 임원까지 거친 복 수석부사장도 루마니아 이민자다.

 인재 욕심이 큰 구글은 입사과정이 험난하기로도 악명 높다. 이에 대해 복 수석부사장은 최근 발간한 책에서 “구글은 직원 한 명 뽑는 데 150시간~500시간을 들인다”며 “기존 직원 재교육보다 채용단계에 자원을 투자하는 게 생산성 향상에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복 수석부사장은 “채용을 까다롭게 하는 대신 해고 비율은 아주 낮다”고 말했다.

 구글의 인기에는 대학 캠퍼스처럼 자유롭고 개성있는 업무환경도 한 몫 한다. 이날도 구글 캠퍼스 곳곳에서는 대낮에 배구를 하거나 일광욕을 하는 구글러들이 많았다. 최근엔 다른 기업들도 업무 환경에 신경을 많이 쓴다. 애플은 가운데가 푸른 녹지로 채워진 도넛 모양의 신사옥을 짓고 있고, 최근 사옥 입주를 마친 페이스북은 거대한 사옥 옥상을 통째로 공원으로 만들었다.

 이에 대해 구글의 복 수석부사장은 “그런 외형적인 공간의 뿌리엔 재미를 중시하는 구글 문화가 있다는 걸 봐야한다”며 “재미는 무작정 뭔가를 시도해보는 탐험의 출발점이자 새로운 발견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로코모티브랩스‘ 이수인(39) 대표는 “기술기업에선 모두가 똑같은 근무시간을 채우는 것보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1급 개발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이들이 이직하지 않도록 붙잡아 두려면 고액연봉 외에, ‘자유’ 같은 플러스 알파의 가치를 더 줘야 한다는 게 실리콘밸리의 보편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인사시스템은 비단 구글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들이 모여있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살펴보면 ‘사람’ 욕심이 많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미국 방송시장을 뒤흔든 혁신기업 ‘넷플릭스’도 직원에게 최고의 대우와 자유를 주는 직장으로 유명하다. 업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은 물론 휴가나 출장경비도 직원들이 재량껏 쓸 수 있게 했다.

 넷플릭스에서 1998년부터 14년간 인사 업무를 맡은 패티 맥코드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훌륭한 업무여건은 최고의 인재들만 모였기 때문에 가능한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최고의 직장은 복지나 연봉조건보다 A급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회사”라며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간에 A급 인재를 뽑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A급 직원들에겐 아낌없이 베풀지만 지시한 일만 하는 평범한 직원들에겐 가차없이 해고를 하는 등 냉정하다. 더이상 A급이 아니라면 두둑한 퇴직금을 줘서 내보내는 게 원칙이다. 이런 인사정책으로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있는 넷플릭스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구글 역시 공들여 뽑은 인재들에게 성과에 따른 ‘차별적’ 보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대 100배까지 차이가 난다. 복 부사장은 “업무의 성격에 따라 다른 기준을 잘 적용하는게 전제”라면서 “회계사들은 최고와 최저 연봉자의 격차가 2배 정도면 되지만 기술기업인 구글에선 최대 100배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망원경 성능을 개선하느니 달에 우주선을 쏘는 게 낫다는 식의 ‘문샷싱킹’을 하는 뛰어난 엔지니어들의 성과에는 보상도 파격적으로 줘야 한다는 취지다. 뛰어난 기술은 점진적 발전이 아니라, 순식간에 판을 뒤흔드는 급진적 혁신을 낳기 때문이다. 평가 결과 하위 5% 직원은 4회 재평가를 해도 개선이 안되면 해고 된다.

 그는 “평균적인 직원이 최고 대우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법을 알려주고, 성과 외에 다른 차별은 없기 때문에 직원들의 반발은 없다”고 말했다.

 구글이나 넷플릭스의 인사 정책은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에도 확산되고 있다. 파격적인 시도들이 실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는 넷플릭스가 만든 인사정책 슬라이드 자료를 두고 “실리콘밸리에서 만든 문건들 중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말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같은 상대적으로 더 젊은 기업들엔 구글이나 넷플릭스의 사례가 영향을 미치기 쉽다.

 이들 기업은 인사담당 임원의 직책명도 독특하다. 기업들이 흔히 쓰는 인적자원(HR·Human Resource) 대신 구글은 사람운영(People Operations) 담당 수석부사장, 넷플릭스는 최고재능담당(Chief Talent Officer)으로 부른다. 구글의 복 수석부사장은 “직원이 5만5000명까지 불어난 지금,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현할 수 있게 만들지를 고민하는 게 내 일”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소개한 구글 입사시험 문제의 답은 이렇다.
‘DB는 많은 것에 대한 많은 정보를 기억하는 기계다. 사람들의 기억을 돕기 위해 이를 사용한다. 이제 나가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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