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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교관들, 코뿔소 뿔 밀매하고 거리에서 양주 팔며 외화벌이

중앙일보 2015.05.28 23:14
북한 외교관이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멸종 위기 야생동물인 코뿔소의 뿔을 밀매하다 적발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7일(현지시간) 주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VOA에 익명으로 “적발된 인물은 주남아공 북한대사관 박철준 참사와 남아공에 거주하는 북한 태권도 사범 김종수”라며 “(현지) 마푸토 경찰청의 올란두 무두마니 대변인에게서 확인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박 참사와 김 사범은 지난 3일 모잠비크 마푸토 시 중부 마오쩌둥 거리에 잇는 시장에서 현지 밀렵꾼에게 코뿔소 뿔 4.616㎏을 구입해 차량으로 옮기던 중 잡혔다. 현지 경찰은 제보를 받고 출동해 이들을 현장에서 체포했다고 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ㆍ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은 코뿔소 뿔의 상업적 거래를 금하고 있다. 학술연구 목적으로 국가 간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에도 양국 정부에서 발행하는 수출입 허가증을 제시해야 한다. VOA는 그러나 북한이 외교관 특권을 이용해 코뿔소 뿔 밀매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외교관은 국경 통과 시 검색이 면제되고 외교행낭도 담당 외교관의 동의 없이는 검사할 수 없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코뿔소 서식지가 있는 모잠비크 주재 북한 보건대표부가 코뿔소 뿔을 수시로 밀매해 주남아공 북한대사관으로 넘기고, 대사관은 이를 외교행낭에 넣어 중국으로 보낸다고 전했다. 이를 중국의 북한 관계자들이 전달받아 암시장에서 한약재로 판매한다. 코뿔소 뿔은 진서각이라는 이름의 한약재로 암시장에서 1㎏당 6만5000달러(약 7180만원)선에 거래된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난 3월 보도했다.



북한이 외교관의 특권을 이용해 외화벌이에 나서는 현상은 최근 들어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달에는 주류 판매가 금지된 파키스탄에서 북한 외교관 부부가 길거리에서 무허가로 시바스 리갈 등 양주를 판매하다 적발됐다. 또 지난 3월에는 방글라데시에서 북한 외교관이 금괴 27㎏을 넣은 가방을 들고 입국하려다 세관에 적발당했다.



경남대 임을출(북한학) 교수는 “유엔ㆍ미국ㆍ한국의 대북제재로 돈줄이 마른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 할당을 채우라고 압박하고 있으며, 대사관 운영비도 자체적으로 조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며 “외교관들도 자구책 차원에서 이런 변칙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벌이 지시를 내리는 곳은 북한 노동당 39호실이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이 내린 지시를 지금 같은 공포정치 상황에서 일선 외교관들이 따르지 않을 도리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관들 중 일부는 ‘돈의 맛’을 알게 돼 스스로 이런 범죄를 저지른다는 분석도 있다. 동국대 김용현(북한학) 교수는 “북한에도 ‘돈주’(부자)가 생기는 등 자본주의가 스며들고 있다”며 “상부 지시로 외화벌이에 손을 댄 외교관들이 상업 거래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을 깨닫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수진ㆍ안효성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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