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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육참골단·우산지목"…혁신 앞둔 '사자성어' 정치

중앙일보 2015.05.28 10:38














‘혁신기구’를 출범시키며 당 쇄신을 추진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때 아닌 ‘사자성어’ 문답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28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진행된 기초단체장협의회와의 정책간담회에서 ‘백의종군’이라는 말을 언급했다. 백의종군(白衣從軍)은 ‘벼슬이 없는 말단 군인으로 전쟁터에 참전한다’는 뜻이다. 문 대표는 이날 “지금의 위기상황이 역설적으로 우리가 새로 혁신해 나가는 마지막 기회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라며 “지도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혁신위원회를) 뒷받침해서 이번에야말로 시늉에 그치지 않고 (혁신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문 대표에게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함께 해달라”고 주문한데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문 대표는 이어 “계파(해소)나 개혁 공천 등의 과제들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혁신과제이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라며 “혁신의 궁극은 우리 당이 국민의 어려운 삶을 해결해주는 유능한 경제정당, 생활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혁신기구의 출범을 앞두고 새정치연합 내에선 이처럼 사자성어로 된 문답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문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 자신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肉斬骨斷ㆍ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육참골단’은 일본의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가 자신의 책 오륜서(五輪書)에서 쓴 말이다.



문 대표의 말에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사약을 앞에 두고 상소문을 쓰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새정치연합은 한때는 나무가 우거졌지만 민둥산이 돼버린 중국 제나라의 우산(牛山)과도 같다. 패권과 계파이익이 싹을 전부 먹어 치우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우산’은 맹자(孟子)가 자신의 성선설을 강조하기 위해 말했던 ‘우산지목’(牛山之木ㆍ벌거숭이 우산이 원래 아름다웠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김 위원장은 당내 계파정치의 폐해를 비판하며 이 말을 인용했다.



새정치연합에서 또 다른 혁신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새정치연합이 육참골단 제안에 공감한 것 감사드린다. ‘이대도강(李代桃?·복숭아 나무를 대신해 넘어진다)’도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대도강’은 작은 손해를 감수해야 큰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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