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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우, 취임 전 수임사건 변협 사무차장에게 맡겨

중앙일보 2015.05.28 02:30 종합 12면 지면보기
하창우(61·사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취임 전 자신이 개인적으로 수임했던 사건 처리를 취임 후 변협 상근직원인 사무차장에게 위임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하 회장 사무실서 일한 변호사 2명
취임 뒤 변협 상근 차장으로 임명
“협회 돈 받는 직원을 개인 업무 동원”
하창우 “수임 사건 마무리 위한 것”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하 회장은 지난해 자신이 수임했던 민사사건 두 건에 대해 문모·김모 변협 사무차장을 복대리인(復代理人)으로 위임했다. 복대리인은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사정이 생길 경우 자신을 대리하는 변호사를 다시 선임하는 것을 말한다. 문·김 사무차장은 지난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하 회장 사무실에서 일해온 변호사다. 하 회장은 취임 후 두 사람을 변협 사무차장으로 임명했다. 기존에 변협 사무차장은 2명이었으나 이들이 추가돼 4명으로 늘었다.



문 사무차장은 하 회장이 대리한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에서 하 회장의 복대리인으로 지난 3월 말 수원지법 여주지원에 출석했다. 또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강모씨 등 57명이 제기한 추심금 소송에도 대리인을 맡아 지난 12일 법정에 출석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변협에서 월급을 받는 상근직 사무차장을 근무시간에 회장의 개인 사건 처리에 투입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변협 ‘사무국 직제규칙’에 따르면 사무차장은 사무총장을 보좌하고 사무총장이 사고가 있을 때에는 직무를 대리하도록 돼 있다. 통상적으로는 각종 위원회의 간사 역할을 맡고 변협이 수행하는 소송의 대리인으로 일한다. 이외에 명확한 업무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협회에서 보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사건을 수임하지는 않는다.



 변협 임원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무차장은 대한변협의 사내변호사 격”이라며 “변호사 윤리장전 52조, 근로기준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성실히 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 회장 측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 사무차장은 “지난해 하 회장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해당 사건에 관여해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근무시간에 개인 사건을 진행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법률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하 회장은 “두 변호사를 사무차장으로 임명하기에 앞서 복대리로 사건을 마무리 지어주는 조건으로 미리 보수를 지급했다”며 “회장이 됐다고 기존 사건을 마무리하지 않고 다 끊어버리면 의뢰인에 대한 도리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또 “민사사건 외에도 형사사건 1건이 현재 남아 있다”며 “기존 사건 외에 단 한 건도 새로 수임한 사건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변협 회원들 사이에서는 전관예우 철폐 등 개혁 조치를 성공시키려면 자신이 관여된 일처리에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변호사로 일하다 경력 판사로 임용된 사람은 의뢰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다른 변호사에게 사건을 넘기고 수임료도 전부 돌려준다”며 “의뢰인과의 관계를 생각했으면 애초에 자리를 맡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견 로펌의 한 변호사는 “장군이 부관을 불러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킨 것과 다를 게 뭐냐”며 “기일이 몇 차례 남지 않았다고 적당히 넘어갈 게 아니라 깔끔하게 정리했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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