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귀농아카데미 경쟁률 10대 1 … “요즘 4050 양재동 몰린다”

중앙일보 2015.05.28 02:07 종합 4면 지면보기
 
 
 
 

“중·고생은 대치동, 4050은 양재동.”

반퇴 시대 <상> 귀농 패러다임 바뀐다
퇴직 후 귀농서 퇴직 전 귀농으로
수강생 60%가 현역 직장인 … 일부 강좌는 넉 달 전 모두 마감
6년 전엔 70%가 무작정 귀농 … 지금은 준비자금만 1억원 넘어


 귀농을 준비하는 4050세대들 사이에 나오는 말이다. 서울 대치동은 학원가로 알려진 곳이고, 양재동엔 각종 귀농·귀촌 관련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귀농귀촌종합센터가 있다.

 서울에서 대기업 부장으로 근무하는 김성훈(48)씨 역시 얼마 전 평일 저녁 퇴근한 뒤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찾았다. 그는 “적어도 10년 이상 나이 많은 퇴직자들이 와 있을 줄 알았는데 상당수가 내 또래 직장인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에서 주중 네 차례 오후 7~9시에 운영하는 교육은 수강생의 60%가 현역 직장인이다. 수강 지원자가 넘쳐 이미 지난 4월 초에 8월 저녁 강좌까지 마감됐다. 김씨는 “수업 분위기가 매우 진지해 마치 입시학원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며 “일선 시·도가 직접 운영하는 일부 귀농·귀촌 아카데미 중에는 경쟁률이 10대 1을 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반퇴 시대를 맞아 ‘30년 직장’을 꿈꾸는 4050들의 현실이 이렇다. 귀농을 실행에 옮기기 한참 전부터 반퇴 이후 갈 길을 닦는 데 공을 들인다. 준비 기간부터 만만찮다. 올 2월 농정연구센터가 귀농·귀촌자 7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귀농·귀촌을 위해 실질적으로 준비한 기간이 평균 18.4개월이었다. 농사법 등을 익힌 기간이 이렇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에 앞서 ‘1년 이상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는 응답이 55.9%였다. 대체로 2년6개월 이상 귀농·귀촌을 준비 중이라는 소리다. 2009년 조사에서 ‘귀농·귀촌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답이 70%에 달한 것에 비하면 천양지차다.

 더 철저한 이들도 있다. 충남 천안에서 건설기계 판매회사 상무로 재직하고 있는 노광식(58)씨는 50대 초반이던 2009년부터 6년간 귀농·귀촌을 준비 중이다. 주말마다 전국을 돌며 실습 교육을 받고 정보를 수집했다. 동네 텃밭 20평을 분양받아 상추·토마토를 키우며 농사 감각도 키웠다. 여러 시·군의 지원책과 장래성 등을 꼼꼼히 살피던 노씨는 지난해 충북 단양군을 귀농지로 정했다. 그러곤 아파트를 얻은 뒤 틈 나는 대로 내려가 지역 주민들과도 안면을 익혔다. 노씨는 “이만하면 탄탄히 기반을 닦은 것 같다”며 “올 하반기 귀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식의 귀농 준비다.

 지난해 이렇게 만전을 기해 귀농한 가구주 1만1144명의 평균 연령은 53.5세였다. 2년 반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50세가 갓 넘자마자 귀농·귀촌 할 채비를 차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혜민 농정연구센터 연구원은 “농사 지을 체력이 충분할 때 귀농하기 위해 일찍부터 계획을 세우고 상당 기간 준비하는 게 하나의 흐름이 됐다”고 분석했다.

 만반의 준비를 한 4050 귀농인 중에는 억대 소득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서울에서 대기업 간부로 근무하던 임채섭(51)씨와 국제재무분석사(CFA)로 활동하던 금승원(47)씨 부부는 2010년 충남 공주시 우성면으로 귀농했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는 게 40대 초·중반에 귀농을 결심한 이유였다. 2009년 미리 구입한 땅에 블루베리 등을 심으며 본격 귀농에 대비했다. 정착한 뒤엔 알밤·산딸기 등으로 품목을 늘리고 ‘녹색 식생활 교실’ 등을 운영하며 연소득 1억원을 올리고 있다.

 4050은 귀농·귀촌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농정연구센터 조사 결과 귀농·귀촌인의 평균 준비자금은 1억2364만원으로 집계됐다. 2억원 이상이란 응답도 전체의 15.0%였다. 농사 지을 땅과 농기구뿐 아니라 집까지 새로 마련하다 보니 정착 자금이 적지 않다. 이 또한 귀농 준비를 더 철저히 하도록 유도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김덕만 귀농귀촌종합센터장은 “꼭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고 꾸준히 준비해 정착해 간다면 반퇴 시대에 걸맞은 삶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농·귀촌=귀농은 농사로 생계를 잇기 위해 삶의 터전을 도시에서 농촌으로 옮기는 것을 뜻한다. 농·수·축산업을 기본으로 하되 민박, 체험농장, 음식점 운영 등도 포함된다. 이에 비해 귀촌은 농촌으로 주거지를 옮겼지만 농업을 주업으로 하지 않는 다. 생계비의 대부분을 농업 이외의 부분에서 조달하면 귀촌이다. 농촌으로 이사해 도시로 출퇴근하는 것도 일종의 귀촌이다.

◆특별취재팀=박신홍(팀장)·송의호·황선윤·김방현·임명수·김윤호·최종권 기자 jbje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