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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내년인데 임금피크제 13%뿐 … 승부수 던진 정부

중앙일보 2015.05.28 02:01 종합 6면 지면보기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 60세 연장을 앞두고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의 칼을 빼 들었다.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나 성과급제 등 유연한 임금체계를 함께 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임금체계 개편의 가장 큰 걸림돌이 돼온 ‘취업규칙 변경’ 해석을 위한 새 지침을 정부가 마련해 공표하기로 했다. 취업규칙은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을 명시한 사규다. 그런데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땐 근로자 과반수나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못 박아 놓았다. 회사가 마음대로 임금이나 근무지를 조정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고용부 “노조 동의 필요 없다” 왜
“정년 연장과 맞물린 임금체계 개편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 아니다
근로기준법 동의 조항 해당 안 돼”
노동계 “임금 깎는 것 … 총파업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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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 취업규칙 변경 조항이 임금피크제나 성과급제 도입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노조는 임금피크제가 임금을 깎는 제도이므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를 도입하려면 근로자 과반수나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동의해 주지 않는 한 사실상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이나 근무지 전환을 명시하는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이런 해석을 담은 새 지침을 28일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노조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해석을 정부가 제시한다는 뜻이다.



 고용부는 그동안 대법원 판례도 이런 방향으로 축적돼 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1993년과 2001년, 2009년에 대법원은 “서로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인정되고, 비교 가능한 경우에는 불이익 변경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근로자의 집단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했다. 고용부는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리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과거와 비교가 가능해야 한다’는 대목을 강조한다. 내년부터 정년이 연장되는 만큼 기존 취업규칙과 새 취업규칙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게 고용부 해석이다. 정년이 늘어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와 같은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건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게 아니라 새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란 얘기다.



또 “성과중심 임금체계 도입은 사용자의 경영판단에 관한 사안”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만 실제 정년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임금만 낮추는 건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가 크기 때문에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총파업으로 정부의 시도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이러다 보니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10곳 중 1곳도 채 안 된다(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는 13.4%). 이대로 가다간 고용시장이 크게 출렁일 것이란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가 쪼그라들 위험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57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용부가 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에선 10명 중 4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도입한 사업장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신규 채용된 사람 가운데 30세 미만 청년 비율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50%가 넘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44%에 그쳤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기업들이 청년을 새로 채용하지 않고, 있던 직원마저 퇴사시키는 고육책을 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법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강제하기는 늦었다. 정년연장법에 임금체계 개편을 의무화한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제재방안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부가 취업규칙을 쉽게 변경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다. 고용시장 안정을 위해 노조의 반발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고용부 정지원 근로기준정책관(국장)은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을 별개의 기득권익으로 판단해 어느 하나만 반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정년이 연장되는 데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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