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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지킴이 한국콜마 “역사 아는 것도 기업 책무”

중앙일보 2015.05.28 01:58 종합 8면 지면보기


화장품 연구개발 기업인 한국콜마의 올해 신입사원 공채 지원자는 9400여 명. 이 중 3분의 1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자격증을 보유했다. 10년째 한국사 자격증 보유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한국콜마의 독특한 채용 제도 때문이다. 지난 1월 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이은솔(26·여)씨는 “입사 준비를 위해 한국사 시험을 본 거였지만 잊고 살았던 우리 역사를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1000여 명의 임직원은 자사를 ‘한국사 지킴이’라 부른다. 2013년 6월 한국콜마는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와 함께 ‘한국사 지킴이 100만 대군 프로젝트’를 시작해 80여 일 만에 11만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았다. 윤동한 회장은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부모님께 고마운 마음을 갖듯 역사를 아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의 사회공헌이 오너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을 맡는 곳도 있다. 고 유일한 박사가 세운 유한재단은 장학 사업 등을 진행한다. 또한 유한재단이 대주주인 유한킴벌리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진행하며 31년간 나무 5000만 그루를 심었다. 최근에는 심각해지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도 나섰다. 노인들을 채용하는 소기업과 사회적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물품의 판로도 터주는 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 2013년부터 지자체와 주민들이 함께 조성한 공동육아나눔터 22곳을 리모델링하거나 장난감·도서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0~3세 아이가 있는 가정을 위해선 육아 상담과 교육을 해주는 ‘세살마을 사업’을 5년째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는 기업과 지역이 함께 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1968년 설립 후 고 박태준 회장의 철학에 따라 13개 유·초·중·고교와 포스텍을 설립하는 등 지역민들의 교육과 복지에 신경 썼다.

 사회적 기업을 양성하며 기업시민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2008년 설립된 ‘소풍(sopoong)’은 창의적 아이디어로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소셜벤처들을 지원하는 투자사다. 학교를 중퇴한 요리사를 채용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카페슬로비’, 커피 찌꺼기로 느타리버섯을 재배하는 ‘꼬마농부’, 친환경 의류를 만드는 ‘오르그닷’ 등에 투자하고 성장을 돕는다. 소풍은 투자금 회수도 중요하지만 해당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국내에도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공공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선 기업시민들이 있다. 오랜 기간 철학을 갖고 사회가 직면한 이슈들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들이다. 그러나 기업시민이 가뭄에 콩 나듯 나게 하는 사회적 토양의 척박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고려대 이만우 경영학과 교수는 “공익재단의 기업 지분 소유를 5%로 제한한 것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 유일한 박사로부터 주식을 기부받은 유한재단은 유한킴벌리의 대주주로 있으면서 배당으로 공익사업을 한다”며 “그러나 그 이후 5% 제한이 생기면서 많은 기업인이 유한재단처럼 공익사업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했다.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외려 사회적 기업 양성을 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하대 로스쿨 손영화 교수는 “법의 지원 혜택을 받으려면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공익에 써야 한다”며 “한창 투자가 필요한 중소기업 입장에선 3분의 2를 다른 데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정부가 겉보기에 번듯하게 지원해 주는 척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서울대 안중호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좋은 일을 해도 색안경 끼고 비난부터 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시민의 일원으로 인정하자”고 제안했다. 기업이 공개하는 연차보고서에 사회공헌 내용이 잘 담기지 않는 것도 한계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사회공헌 내용을 의무적으로 보고서에 기재하는 법안을 2013년 대표 발의했지만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홍 의원은 “외국처럼 사회공헌 내역을 적극 공개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임지수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사진 설명

‘한국사 지킴이’를 자처하는 한국콜마(사진 1) 사원들이 이순신 장군의 위패가 있는 경남 통영 충렬사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들은 역사 탐방 차원에서 충렬사를 방문했다. 유한킴벌리(사진 2 왼쪽)는 매년 신혼부부 나무심기 등 캠페인도 한다. 이 회사는 1984년 이후 나무를 5000만 그루 이상 심어 환경 분야 공헌에 힘쓰고 있다. 삼성생명(사진 2 오른쪽)은 5년째 진행 중인 ‘세살마을 사업’을 통해 육아 상담과 방문 교육을 실시한다. 보육에 서투른 부모들을 돕는다는 목표다. [사진 한국콜마, 중앙포토, 삼성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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