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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에 제동 걸린 한국 자동차

중앙일보 2015.05.28 00:55 경제 7면 지면보기
일본 엔화(¥) 약세가 끝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123엔 수준으로 하락했다. 2007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이에 따라 100엔 당 원화 가치도 900원을 밑돌게 됐다. 이 같은 엔화 약세는 22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언급 이후 달러화가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양적 완화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앞세운 ‘아베노믹스’도 엔저 현상의 밑바탕을 튼튼히 받치고 있다.


엔화 약세로 수출 채산성 악화
현대차 주가 하락, 시총 3위로 밀려
증시에 영향, 올 들어 최대 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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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발표된 일본의 지난달 무역수지는 2개월 만에 534억엔 적자로 돌아섰다. 흑자를 예상한 시장 전망치가 크게 빗나갔다. 여전히 양적 완화와 엔저가 필요하다는 아베노믹스의 논리가 계속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임호상 삼성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일본에 비해 빠르고, 옐런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을 언급함에 따라 엔화 약세 흐름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엔저는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회사와 가격 경쟁중인 현대차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 쏘나타와 도요타 캠리는 중형 세단 시장에서 경쟁하는 차종이다. 쏘나타의 미국 판매 가격은 캠리보다 2000~3000달러 저렴했지만, 엔저 영향으로 최근 캠리 가격이 쏘나타 수준인 2만 달러 초반으로 내려갔다.



 반면 일본 차 회사들은 엔저를 만끽하고 있다. 도요타는 2012년 4분기 영업이익률이 2.3%까지 떨어졌으나 지난해부터 엔저 효과로 영업이익률이 10%대로 올라섰다. 대부분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올해 경영계획을 달러 당 115엔 수준에 맞춰 잡았지만 최근 123엔까지 엔화 가치가 떨어지자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정하기 싫지만 환율은 한국과 일본 자동차 업체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며 “다만 현재 엔화 수준이 바닥권으로 판단돼 당분간 현 수준에서 횡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저로 인한 수출 채산성 우려에 따라 27일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3000원(1.88%) 내린 15만7000원에 마감됐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34조5834억원으로 35조2717억원인 SK하이닉스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2011년 포스코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4~5일 SK하이닉스에 잠시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곤 오랜 기간 2위를 지켜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가격경쟁 심화 등으로 한국 자동차·타이어 산업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이날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비우호적인 환율 움직임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불리한 영업환경을 맞이하고 있다”며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엔화 약세가 한번 더 진행돼 자동차 산업에 대한 투자 매력이 낮아질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엔저는 증시 전체에도 영향을 줬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36.00포인트(1.68%) 떨어진 2107.50을 기록했다. 이날 낙폭은 올 들어 가장 크다. 반면 일본 증시(니케이225)는 엔저 호재로 9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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