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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시민의 시대’에 맞게 법·제도 정비해야

중앙일보 2015.05.28 00:43 종합 34면 지면보기
기업도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의 일원이므로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기업시민’ 모델이다. 기업이 봉사 활동이나 기부 등 이벤트 중심의 시혜성 사회공헌 수준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앞장서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경제적 필요 사이에서 균형을 취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미래형 공존 전략이기도 하다.



 이미 한국에서도 유한킴벌리의 꾸준한 나무 심기, 포스코의 교육 및 복지사업, 삼성생명의 저출산 문제 해결 집중, 투자사 소풍의 소셜벤처 지원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 기업시민 역할을 자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미 우리 사회의 도도한 흐름이 되고 있다. 기업 가치 실현의 한 방편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낡은 법과 제도가 기업시민 모델의 확대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외려 발목을 잡는 경우까지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제정된 ‘사회적기업육성법’의 내용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법에 따라 기업이 지원을 받으려면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공익 목적으로 써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윤의 상당 부분을 이렇게 써 버리고 제대로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은 별로 없다.



 정부와 국회는 이런 법부터 현실에 맞게 고쳐 기업시민의 확산을 촉진해야 한다. 기업시민 활동을 비롯한 기업의 사회공헌 내용을 기업이 공개하는 연차보고서에 반드시 기재하는 내용의 법안도 하루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기업시민 활동을 비롯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고무하려면 이런 활동이 제대로 평가받는 사회 분위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공익재단의 기업 지분 소유를 5%로 제한한 규제도 풀어 원하는 사람이 공익사업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도적인 지원과 함께 시민의 인식 변화도 절실하다. 기업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기업시민이 시민사회와 함께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면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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