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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지하철 요금 올리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

중앙일보 2015.05.28 00:39 종합 34면 지면보기
안혜리
중앙SUNDAY 기획에디터
닫히는 문 사이로 몸을 던져 지하철을 탈 것이냐, 점잖게 다음 열차를 기다릴 것이냐. 지금도 지하철 승강장에서 많은 사람이 이런 갈등을 겪는다.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1998년)에선 이 선택 하나로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그저 원하는 목적지에 몇 분 빠르거나 늦게 도착할 뿐이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굳이 이미 닫히고 있는 지하철 문을 향해 100m 달리기 시합하듯 뛰고, 몸을 객차 안에 꾸겨 넣지 못해 안달일까.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면 대충 짐작할 것이다. 이 순간의 선택이 ‘인생’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출근시간은 ‘10분’ 가까이 더 잡아먹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환승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 시간은 더 늘어난다.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뜨고 힘겹게 잠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그 귀한 시간을 전철 기다리는 데 허비할 수는 없다. 그러니 뛰는 거다.



 물론 이외에도 개개인의 성격이나 지금 처한 상황 등에 따라 뛰거나 몸을 던지는 이유는 제각각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지하철역의 승강장마다 열차의 정확한 출발시간을 미리 알고 있다면, 아마 이렇게 무리하게 몸을 날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도쿄와 달리 서울 지하철 승강장에 유달리 뛰는 사람이 많은 건 성질 급한 한국인의 민족성이 탓이 아니라 바로 이런 차이가 아닐까. 도쿄에서 지하철을 탈 때마다 알면서도 깜짝깜짝 놀라는 게 있다. 너무 복잡한 노선과 매우 정확한 스케줄이다. 열차가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기 때문에 쓸데없이 오래 기다리거나 급하게 허겁지겁 뛸 필요가 없다. 조금 과장하자면 정확한 대중교통 시간표 덕분에 예측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반론이 나올 수 있겠다. 서울 지하철 역시 정해진 시간표가 있고, 출발시간을 알려주는 다양한 스마트폰용 앱도 있다고 말이다. 맞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아서 오히려 승객을 더 뛰게 만든다는 게 문제다. 평일 오전 7시52분 여러 앱을 동시에 켜 봤다. 모두 4분 후인 56분에 다음 열차가 도착한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실제로는 55분에 그 승강장을 이미 빠져나갔다. 환승지 도착 시간, 그다음 갈아탈 수 있는 시간 모두 틀렸다. 길 막히는 도로 위 시내버스도 아니고 같은 노선을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지하철 운행시간 하나 제대로 제공 못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서울시 교통정보과 관계자는 “각 노선 사업자에게 실시간으로 출발·도착 정보를 받아 서울대중교통 앱을 통해 제공한다”며 “잘못된 정보가 올라오는 오류 사례를 거르는 등의 작업을 해서 정확성을 높여야 하는데 시가 자료를 모은 지 1년6개월밖에 되지 않아 아직 부정확하다”고 밝혔다. 그는 “올 연말께 제대로 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다음달 말 서울 지하철 요금을 200원 더 올린다. 요금을 올리기 전에 이런 서비스부터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무리일까.



안혜리 중앙SUNDAY 기획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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