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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끝없는 도전

중앙일보 2015.05.28 00:01 1면 지면보기



세상 바꾸는 글로벌 톱 제품

틀을 깨는 기업문화의 산물

조직의 체질ㆍ사고방식 다양화하는 기업들



아마존은 해냈지만 소니는 안 된 것이 하나 있다. 전자책(e-book)이다.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되지 않았지만 세계 최초의 전자책을 선보인 건 일본의 소니였다. 소니는 미국에서 개발된 ‘e잉크’ 기술 사용권을 사들였다. 그리고 2003년 ‘리브리’란 이름의 전자책을 세상에 내놨다. 소니는 자신감에 차있었지만 소비자들은 리브리를 외면했다. 절치부심한 소니는 그로부터 3년 뒤인 2006년 초 수정 버전의 전자책 ‘리더’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 흥행엔 실패했다. 같은 해 11월, 아마존이 내놓은 전자책 ‘킨들’은 출시 직후 단박에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삼성, 집단지성 프로그램 도입

아이디어 내면 본업 접고 1년 몰두

KT, 온라인 ‘탤런트 마켓’ 운영

임직원이 희망 업무에 직접 지원




아마존과 소니의 운명을 가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LG경제연구원의 김나경 책임연구원은 ‘고객 통찰력’의 차이라고 해석했다. 소니는 기계 성능에 집중한 반면 아마존은 아마존스토어에서 책을 쉽게 구입하도록 한 것이 두 회사의 운명을 갈랐다는 것이다. ‘많은 책을 싼값에, 즉시, 쉽게 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를 욕구를 소니가 읽지 못했던 것이다.



김 연구원이 지적한 ‘통찰력’의 본질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업문화와 맞닥뜨리게 된다. 세계적인 문화이론가 윌리엄스조차도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단어 중 하나’라고 부를 정도로 학자들조차 정의하기 어려운 문화 말이다.



기업으로 국한해 보면 훌륭한 기업문화의 존재 여부가 기업의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허다하다.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스타벅스 등은 잘 짜여진 기업문화로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의 선봉장들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구글은 임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소규모 단위로 잘라 운영한다.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팔고 싶어하는 스타벅스는 어떤가. 스타벅스는 고객이 주문한 커피가 나올 때 직원이 직접 호명을 하도록 한다. 경쟁업체들이 진동벨을 사용할 때 고객의 이름을 직원들이 직접 부르도록 해 ‘커피’를 전달하는 행동에도 가치를 부여했다.



기업문화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안정적인 시장환경에선 선견지명을 갖춘 리더 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불확실성이 높고 급변하는 시장상황에선 한 사람이 아닌 조직의 역할이 기업의 생존을 가름짓기 때문이다.



MP3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아이리버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으로 단기 성공은 가능했다. 스마트폰과 같은 융·복합 기기의 약진에 따른 시장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이 회사는 소비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옷과 신발, 가정생활용품 등 많은 것들을 ‘인터넷’으로 엮어내는 사물인터넷 기술과 더불어 한 기업의 경쟁자를 정의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구글과 애플이 무인차 개발에 뛰어든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의 과거 경쟁자를 짚어낼 순 있어도 오늘과 내일의 경쟁자가 누가 될지 쉽사리 정의내리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체질, 사고방식과도 같은 조직문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비단 외국기업만이 아니다.우리 기업들 역시 기업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노사문화를 개선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가장 많은 변화를 주고 싶어하는 분야는 ‘일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후반부터 딱딱한 인상을 주는 양복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로 복장을 자율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출근과 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집단 지성 프로그램인 ‘모자이크’ 제도를 도입해 회사 비전 중간 점검부터 다양한 신사업 아이디어까지 이곳을 통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아이디어는 임직원이라면 누구든지 1년간 본업을 접고 ‘C랩’을 통해 사업추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틀을 바꿨다. 삼성전자가 실험의 최일선에 서 있다면 삼성그룹은 ‘여성인력 육성’과 같은 그룹 문화의 큰 틀을 그려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워크 스마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역사와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면서 제품 속에 인간에 대한 성찰과 이해를 담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이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으로 SK그룹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지속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은 임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즐겁게 일하는 문화 구축에 나서고 있다. 취향에 따라 직원들이 직접 원하는 ‘복지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한 데 이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건강관리 시설도 들였다.



CJ그룹은 통용되던 ‘호칭’을 바꿔 부르는 문화를 15년째 이어오고 있다. KT는 육아휴직을 2년으로 확대하고 온라인 인력시장인 ‘탤런트 마켓’을 통해 임직원이 직접 희망하는 업무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통한 ‘공생’을 추구하는 곳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사업장이 있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매년 빼놓지 않고 실시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임직원들이 조성한 장학금으로 다문화 가정 고교생 30명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신용과 의리를 기업 모토로 삼고 있는 한화는 2010년 천안함 사고 유가족들을 고용하는 파격 채용을 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노사 공동의 봉사단 출범을 비롯해 발전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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