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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비통한 한국 과거사 잘 안다, 그래도 일본과 친구 돼야”

중앙일보 2015.05.23 01:24 종합 4면 지면보기
22일 인터뷰에서 한·일 정상의 진실된 관계를 강조한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서귀포=오종택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단순히 만나기만 해선 안 된다. 진실된(genuine) 관계를 맺어야 한다.”

 제주포럼 참석차 방한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도 향후 10년(decade) 안에 과거 무슨 일을 했는지 밝힐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재임 시절 불안했던 인도네시아 정정을 안정시키고 나라의 격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유도요노 전 대통령은 “한국의 비통한 과거사를 잘 알고 있지만 앞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며 “우리 모두는 친구가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도 내다보는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아시아의 최고 관심사는 중국의 부상이다. 요즘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세력을 확대해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도 친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 거다. 따라서 주변 국가들의 말에 전적으로 귀를 닫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행동하면 결국 중국이 손해를 본다. 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한목소리로 이런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그러면 중국도 경청할 것이다. 국가는 결국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그게 없으면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

 - 동북아는 경제적으론 협력하나 정치적으론 대립하는 ‘아시안 패러독스’가 심각하다.

 “동남아도 1960년대엔 서로 심하게 반목했다. 그러나 차차 신뢰를 쌓고 ‘기브 앤드 테이크’ 관행을 확립하면서 불화가 해소된 끝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탄생했다. 동북아도 우선 신뢰를 쌓아야 한다. 한·중·일이 기브 앤드 테이크 관행을 축적해 가는 게 방법이다.”

 - 인도네시아도 장기간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당했는데.

 “양국이 서로 많은 노력을 해야 화해할 수 있다. 내가 대통령 재직 시절 네덜란드 장관이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게 대표적 예다. 일본도 한국과 공개적으로 솔직하게 과거사를 놓고 대화한다면 화해가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 아시아 핵심 축인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두 나라가 영토분쟁과 라이벌 의식을 극복하고 협력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아시아에 좋은 일이 아니다.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을 라이벌로 보지 않는다. 한국이 손만 내민다면 양국은 중재자 역할을 맡길 거다.”

 - 정부가 올해 안에 제주도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좋은 제안이다. 아세안이 한·중·일과 함께 ‘아세안+3’ 대화를 계속해 온 걸 기억하라. 한·중·일이 반목하면 ‘아세안+3’도 위험해진다. 한국이 조속히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바란다.”

 - 인도네시아는 북한과도 가까운데.

 “북한은 어려운 문제다. 6자회담이 답보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마음을 돌릴 나라는 중국뿐이나 중국은 북한을 설득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그런 만큼 인도네시아는 남북이 중재 역할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응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적)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북한이 ‘평화와 번영의 아시아 체제’의 일부라고 보기 어렵다.”

 - 미국의 ‘아시아 회귀’에 중국이 반발해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데.

 “미국 입장에서 아시아 회귀는 합리적 선택이다. 그래서 일본과 손잡은 것이다. 중국이 이에 반발하는 것도 중국 입장에선 합리적 행동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힘의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 한·중·일도 아세안도 미국도 다 태평양 국가다. 이 모든 국가가 긍정적 관계를 이어가면 균형이 유지된다. 어느 한 나라가 아시아를 장악하면 안 된다. 나는 10년 전 이런 골자의 ‘힘의 균형’ 이론을 역설한 바 있다.”

 - 한국은 ‘아시아 힘의 균형’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한국은 강한 경제력과 성공적인 국가 운영으로 아시아 모든 나라의 존경을 받는 중견국(middle power)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상호존중 원칙 아래 평화를 증진하고 경협을 확대하면 한국의 입지는 더욱 커질 것이다.”

◆ 특별취재팀=강찬호·유지혜·정원엽, JTBC 정진우, 중앙데일리 김사라, 이코노미스트 허정연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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