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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넘버2 싸움 중 … 황병서·최용해 주고받고 한다”

중앙일보 2015.05.23 01:18 종합 5면 지면보기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조태열 외교부 2차관,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왼쪽부터)가 외교관 라운드 테이블에서 토론하고 있다. [서귀포=오종택 기자]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가 22일 제주포럼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고 한국은 이미 하고 있는 일”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외교관 라운드 테이블: 신뢰와 화합의 새로운 아시아를 향하여’에서다. 벳쇼 대사의 발언은 “일본이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해선 평화헌법을 바꿔선 안 되는 것 아니냐”는 한 청중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 벳쇼 대사는 “동아시아의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 자산임을 명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위협에 대응해 우리의 안전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상태”라며 이처럼 말했다. “미국이란 좋은 동맹국의 도움을 받아 우리도 그것을 하려는 것뿐”이라고도 했다.

외교관 라운드 - 북한의 미래 세션
벳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옹호
“한국 하고 있는 걸 우리도 하는 것”



 벳쇼 대사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우리의 자위력 측면에서도, 역내 안보에도 중요하다”고 했다. 또 “이런 모든 논의를 우리 파트너들이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상황 진행에 따라 설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에는 벳쇼 대사 외에도 조태열 외교부 2차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가 참석했다. 리퍼트 대사는 “한·미 동맹은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 첫째 양국 국민이 이를 지지하고, 둘째 원자력협정 개정과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대응 등 복잡한 임무를 한·미가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나 위원장이 지난 3월 피습사건을 언급하며 “한국의 선진 의료기술을 직접 보여주셨다. 더 잘생겨진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네자 리퍼트 대사는 “딱 하나 불만스러웠던 점은 한국의 성형외과술이 뛰어난데 얼굴은 안 고쳐 주셨다는 것이다. 미국 예산으로 성형수술까지 받아볼까 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며 웃었다.



 조 차관은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은 결코 제로섬 관계가 아니며, 한국이 하기에 따라 상호보완하거나 동반성장하는 관계가 될 수 있다”며 “제로섬 시각에 갇히면 결국 정말 그렇게 되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파엘 대사는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탁월하게 대응하며 신뢰를 쌓고 있다고 본다”며 “간혹 한국에 대해 샌드위치처럼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자신의 국익을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북한의 미래’ 세션에서는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숙청부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북을 불허한 사건 등 따끈따끈한 이슈에 대한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분석이 나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금 북한은 누가 김정은의 넘버2가 되느냐 싸움 중”이라며 “황병서와 최용해가 넘버2와 넘버3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상황”이라고 현재 북한의 상황을 진단했다.



 현영철 숙청에 대해서는 ‘고립을 부르는 자충수’라는 데 참석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존 스웬슨 채텀하우스 아시아 담당관은 “공포정치를 한다는 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오히려 고립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에이브러햄 김 맨스필드센터 소장도 “본인의 힘에 기반한 리더십을 다지기 위해 공포정치와 숙청을 동원하는 방법을 얼마나 더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발표 방식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돈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국가정보원이 통신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은(현영철 숙청) 내용은 확실하게 스크리닝을 해서 확신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정보를 발표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북 취소와 관련해 정세현 전 장관은 “‘핵과 미사일, 이걸 끌고 가는 건 유엔 제재를 위반한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에 말씀드리고 싶다’는 (반 총장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 같다”며 “핵·미사일·인도지원 문제를 언급해 북한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평화정책 지상주의’만 고수하는 건 아프리카 정글에 홀딱 벗고 들어가서 호랑이에게 무기 안 들고 왔으니 살려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북한과 동일한 위치에서 협상을 진행하려면 핵과 미사일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 특별취재팀=강찬호·유지혜·정원엽, JTBC 정진우, 중앙데일리 김사라, 이코노미스트 허정연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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