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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문제로 비화된 중국 인공섬 건설

중앙일보 2015.05.20 16:06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엉뚱한 풍수 문제로 튀었다.



19일 이티투데이(ETtoday)등 중국 인터넷 언론에 따르면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며 동남아 지역의 풍수(風水)를 파괴하는 행위다. 또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겠다는 중국의 주장과도 배치된다”고 비난했다. 러셀 차관보는 미 국무부 일본담당 과장과 주 고베 총영사 등을 거친 일본통이며, 동양 사상에도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자 중국의 풍수 전문가이자 전진교(全眞敎·도교 교파)의 도사인 량싱양(梁興揚)은 곧바로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미국인이 풍수를 논하는 것은 중국인이 미국에 가서 인권을 운운하는 것만큼 황당한 소리”라고 받아쳤다. 미국의 풍수를 비판하면서 자국 인권문제도 같이 거론한 것이다. 그는 이어 “남중국해에 작은 인공섬 하나 건설하는 게 풍수에 무슨 영향을 미치겠느냐. 오히려 미국이 중국 주변에 많은 전자설비를 설치해 풍수과학을 도둑질하는 위험성에 대비하며 중국 전통문화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량의 반박 글은 이미 5만여 번이나 리트윗되며 중국 인터넷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6년 전 도교로 출가한 량은 “종교는 국적이 없지만 도교는 국적이 있다. 군에 항모와 대포가 있다면 도교에는 풍수와 도술이 있다. 따라서 (미국의)황당한 주장에 그대로 있을 수 없어 도교인으로서 한 마디 한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방중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6일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우려를 표시하고 (중국 측에) 역내 긴장 완화와 외교적 신뢰를 증진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도록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인공섬 건설은 완전히 중국 주권 범위 내의 일이며 합법적인 권리다. 국가 주권과 영토 안정을 수호하려는 우리의 의지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중국은 또 최근 미국이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에 있는 중국의 인공섬 영해에 군용기와 군함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받아들일 수 없는 도발행위”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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