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범죄 악용 마취제 유통 막을 방법이 없다

중앙일보 2015.05.20 12:08
서울 관악경찰서에 검거된 김모(38)씨는 지난 3월 26일 '조건 만남'으로 만난 여중생 A(14)양을 관악구의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목 졸라 숨지게 했다. 김씨는 "수면마취제(클로로포름)로 코와 입을 막아 기절시키는 과정에서 A양이 저항해 목을 눌렀을 뿐 죽을지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보다 20일 전에도 수면마취제로 20여 여성을 기절시키고 지갑에서 현금 30만원을 들고 달아나기도 했다.



모대학 조교수인 서모(37)씨는 지난해 12월 수원지검 4층 형사조정실 내에서 같은 대학 조교 강모(21)씨에게 미리 준비한 황산을 뿌렸다. 이로 인해 강씨는 전치 8주 이상, 강씨 부모와 형사조정위원, 법률자문위원 등 4명은 전치 2~6주 이상의 화상을 입었다. 지난 19일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서씨에 대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이처럼 범죄·테러에 악용되는 마취제 클로로포름이나 황산 같은 유독물질이 시중에서 마구잡이로 유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지난달 6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유해화학물질을 판매하는 온라인-오프라인 업소 134곳을 단속했고, 이 중 25곳(19%)이 화학물질관리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오프라인 판매업소의 경우 89곳 중 13곳(15%)이, 온라인 판매업소의 경우 45곳 중 12곳(27%)이 법령을 위반했다.



특히 온라인 판매업소 4곳은 사고대비물질을 판매하면서도 구매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실명인증체계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오프라인 판매업소 1곳도 구매자의 주소·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판매대장에 기록하지 않은 채 사고대비물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대비물질은 니트로벤젠·황산·질산·산화질소·니트로메탄·질산암모늄·헥사민·과산화수소·염소산칼륨·질산칼륨·과망간산칼륨·염소산나트륨·질산나트륨·사린·염화시안 등 16종이다.



환경부 화학안전과 신광진 사무관은 "최근 집중 단속하는 과정에서 클로로포름이 개인에게 판매되는 사실을 직접 적발하지는 못했지만 판매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고대비 물질의 경우 구입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판매관리대장이나 인터넷 실명인증을 거쳐야 하지만 클로로포름의 경우는 사고대비 물질로 지정돼 있지 않아 얼마든지 판매가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클로로포름 등 일반인 대상 테러·범죄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유통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또 사고대비물질 등을 불법 구매한 사람에 대해 처벌하는 조항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택배 등 유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택배 유통에 관한 관리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