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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야당의 품격, 국가의 걱정거리

중앙일보 2015.05.20 00:08 종합 31면 지면보기
김 진
논설위원
한국에선 야당의 성공이 국가의 성공과 깊이 연결된다. 야당은 국회법에 따라 법안 통과를 틀어쥔다. 야당은 상임위원장도 다수를 차지한다. 국정의 절반이 국회인데 국회의 절반이 야당이다. 그래서 야당이 잘못되면 나라가 잘못되는 것이다.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국민이 야당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권력싸움이나 이념투쟁에 앞서 보다 기초적인 것에 이 정당의 문제가 있다. 그것은 ‘품격의 위기’다. 많은 당원이 탄식한다. “60년 역사의 명품 정당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



 대표적인 품격 문제가 막말 파동이다. 막말에는 초선과 중진의 구별이 없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4선이다. 그의 할아버지 우당 이회영 선생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자 6형제는 600억원(현재 시가) 재산을 팔아 만주로 갔다. 형제들은 독립운동에 투신했고 우당 선생은 일제의 고문으로 순국했다. 그런 할아버지의 손자가 2012년 8월 박근혜 의원에게 “그년”이라고 욕했다.



 새정치연합 비례대표는 21명이다. 이들은 2012년 한명숙 대표 시절 선정됐다. 상당수가 운동권·시민단체·노조위원장 출신이다. 이들 중에는 막말로 세상을 어지럽힌 이들이 있다. 김광진 의원은 재야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의 지방 간부를 지냈다. 그는 2012년 10월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6·25전쟁의 구국 영웅’ 백선엽 장군을 “민족의 반역자”라고 몰아붙였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백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시킨 일이 있다. 백 장군은 독립군 토벌을 부인하는데도 위원회가 그의 이름을 넣은 것이다. 이 사안은 논란거리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친일 논란의 좁은 눈으로 국가의 은인을 반역자로 뒤집어버렸다.



 장하나 의원은 민주당 제주도당 대변인 출신으로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에 적극 가담했다. 그런 경력으로 그는 비례대표 의원이 됐다. 그는 지난해 세월호 사태 때 박근혜 대통령을 “국가의 원수”라고 비난했다.



품격 논란이 막말 문제로 그치면 다행일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더 심각한 건 비정상 품격이 비정상적인 국정행위로 번지는 것이다. 유승희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느닷없이 대중가요를 불렀다. ‘봉숭아 학당’ 같은 행동이었는데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다. 지난해 초반 그는 국회 미래방송위 야당 간사였다. 야당은 방송사가 노사 동수(同數)로 편성위원회를 두도록 방송법을 고치자고 주장했다. 야당은 2개월 넘게 다른 법안 100여 개를 가로막았다. 이런 국회 마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유 의원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의 이승만·박정희 묘소 참배를 비난했다. “독일이 유대인에게 사과했다고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하나.” 그는 건국·근대화 대통령을 히틀러와 동급으로 취급한 것이다. 두 지도자가 독재를 한 사실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입체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역사적 지도자는 공과를 같이 봐야 한다. 정 의원에겐 그런 균형감각이 없다. 그의 지역구에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이 있다. 이는 피땀 어린 근대화가 압축된 역사 교육의 현장이다. 그런 곳을 그는 어린이도서관으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이런 것을 보면 결국 막말은 그의 혀가 아니라 두뇌에서 나온 것이다.



 정청래·유승희 의원은 2선이다. 내년에 당선되면 3선이 된다. 3선은 대개 상임위원장을 거친다. 두 의원 같은 막무가내 강경파가 주요 상임위를 틀어쥐면 국정이 어떻게 될까. 비판을 위한 의도적인 걱정이 아니다. 그들의 행동이 그런 걱정을 하게 만든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해 강경파 세월호 유가족과 길거리 단식 농성으로 어울렸다. 강경파 유가족들은 여성 대통령에게 욕을 하고 대리기사를 폭행했다. 그러니 전직 대통령 후보의 품격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다. 그런 나라의 제1 야당이 후진국보다 못한 품격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정치 성향 이전에 이는 자질의 문제다.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는 대오각성(大悟覺醒)의 정신운동이 필요하다.



김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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