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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조윤선 사퇴 통해 여야에 연금개혁 독촉장

중앙일보 2015.05.19 01:55 종합 3면 지면보기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18일 사퇴했다. 지난해 6월 첫 여성 정무수석으로 기용된 지 11개월 만이다. 조 수석은 이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4년 7월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조윤선 수석. [중앙포토]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18일 자리를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과 최초의 여성 정무수석을 잇따라 지내며 박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지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 조 수석은 11개월간 근무하면서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마무리했고 재임 중 치러진 두 차례 재·보선을 모두 승리하는 기록도 남겼다.

조 수석 물러나며 야당 겨냥
“공무원연금 개혁의 대가로 국민연금까지 거론해 국민 실망”
청와대 “조 수석 경질된 것 아니다 … 측근 사퇴 카드로 단호함 보인 것”
김무성은 “조윤선의 책임 아닌데 …”



 조 수석의 사퇴 소식은 이날 오후 갑작스레 발표됐다. 하지만 조 수석은 4월 임시국회에서 연금 개혁안 처리가 불발된 지난 6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를 결심한 후 7일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박 대통령은 조 수석의 사의 수용을 미뤄오다 지난 15일 긴급 당·정·청 회동이 이뤄진 후에야 사의 수용 의사를 통보했다고 한다. 조 수석은 17일 밤 직접 사퇴의 변을 썼다.







 청와대 내부에선 박 대통령이 조 수석에게 책임을 물은 게 아니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지지부진한 정치권에 압력성 통첩을 보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수석은 경질된 게 아니다. 박 대통령으로선 측근의 사퇴를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빨리 처리해 달라고 정치권에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 수석은 이미 사퇴를 오래전에 결심한 것으로 안다”며 “야당이 기초연금을 가지고 새로운 요구를 하자 박 대통령이 조 수석 사의 카드로 단호한 원칙 고수 메시지를 국회에 보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위해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 공무원연금 주무수석인 조 수석은 참석하지 않았다.



 조 수석은 실제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沒覺·깨달아 인식하지 못함)한 것으로서 국민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 드리고 있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연금 개혁은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 접근했어야 하는 문제”라며 “개혁의 기회를 놓쳐 파산의 위기를 맞은 미국 시카고시나 연금 포퓰리즘으로 도탄에 빠진 그리스가 반드시 남의 일이라는 보장이 없다”고도 했다.



 갑작스러운 조 수석의 사퇴 소식에 새누리당 지도부는 다소 떨떠름해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광주 공항에서 이 소식을 듣고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그렇게 된 건데 정무수석이 무슨 힘으로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느냐”며 “조 수석의 책임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 수석이 책임질 일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왜 갑자기 사의를 표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조 수석이 공무원연금 개정안 여야 합의안이 박 대통령의 기대보다 미흡했다고 한 데 대해선 “노코멘트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사회적 대타협 결과물을 부인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정무수석에게 돌리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신용호·현일훈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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