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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외국 배워라” … 한국 특구 자료 4000쪽 내각에 보내

중앙일보 2015.05.19 01:46 종합 5면 지면보기


“대외 경제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며 경제개발구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한반도 경제 르네상스 <중> 특구로 남북 경협 돌파구 열자
북, 24개 특구·개발구 자본유치 총력
압록강·와우도·현동 눈여겨볼 만
한국 자본 받아들일 가능성 높아
현동 개발구는 일본 기업에도 타진
유엔제재·비자·통신문제 해결 시급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내부에서 투자 재원을 조달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제특구를 통해 해외 자본을 유치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2013년 5월부터 경제개발구법을 시행한 북한은 중앙급 특구(5곳)와 지방급 경제개발구(19곳) 등 24곳의 경제특구를 두고 있다. 김정은은 “전 세계 경제특구 관련 개발 방안과 운영에 관한 자료 6000여 쪽을 대외경제성에 줄 테니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특구에 매달리고 있다. 북한 내 사정에 정통한 대북 전문가는 18일 “김 제1위원장이 전달한 자료 가운데 4000여 쪽 분량은 한국의 특구에 관한 자료였다”고 귀띔했다. 김정은이 한국의 경제특구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내 경제특구 가운데 ▶압록강 경제개발구 ▶와우도 수출가공구 ▶현동 공업개발구를 눈여겨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북한인프라센터 소장은 “이 세 곳은 지리적으로 접근이 수월한 데다 북한이 한국 자본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고 한국의 대북경협 정책과도 맞아떨어진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단둥과 인접한 압록강 경제개발구는 중국으로부터 전력 공급이 가능하며 생산물을 중국으로 수출하기에 용이하다는 게 강점이다. 북한은 이 개발구를 농업·관광·무역을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며 2억4000만 달러를 유치할 계획이다. 투자 유치 목표액으로는 경제개발구 가운데 최고다. 이뿐만 아니라 모래가 쌓여 중국과 육지로 이어져 관광휴양시설을 건설하면 중국인 관광객 유치도 수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단둥에 거주하는 교포 김진한씨는 “중국인들이 소득 증가로 호주머니가 두둑해져 북한이 관광 산업을 개발하면 이른 시간 내에 재미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와우도 수출가공구는 남포특별시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해 물류에 적합한 곳으로 꼽힌다. 북한 최대 항구인 남포항과 거리가 10㎞. 평양~남포 청년영웅도로를 이용하면 평양까지 40㎞, 평양국제비행장까지는 60㎞ 남짓이다. 북한은 이곳에 적합한 업종으로 수출지향형 가공조립업을 선정했다.



 강원도 원산시 근처에 있는 현동개발구는 일본 자본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의 후쿠다 게이스케 부편집장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방북해 만난 대외경제성 관계자가 ‘일본이 원하면 1~2개의 경제개발구를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1991년 나선경제무역지대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경제특구 개발을 시도했지만 인프라 부족과 제한적인 개방이라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대로 사업이 이어지는 곳이 개성공단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의 ‘특구 실험’이 성공하려면 핵 개발로 인한 유엔의 대북제재와 비자·통신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 이행 등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제적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별취재팀=팀장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김준술·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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