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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엔 무상장학금, 중산층은 학자금 대출로”

중앙일보 2015.05.19 01:19 종합 18면 지면보기
18일 한국장학재단이 주최한 제4회 국제학자금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각국의 학자금 대출, 장학금 제도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포럼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진행됐다. 왼쪽부터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정홍주 장학재단 학자금금융연구소장, 수전 다이나르스키 미국 미시간대 교수, 일본 학생지원기구(JASSO)의 엔도 가슈히로 이사장과 마에하타 요시유키 국장, 리처드 포가티 주한 호주대사관 교육참사관. [김경빈 기자]


대학 3학년 김모(21·여)씨는 고3 때 아버지의 실직을 겪었다. 퇴직금으로 식당을 차렸다가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은 아버지는 빚 독촉을 받는 처지였다. 그래도 김씨가 대학을 다닐 수 있었던 건 국가장학금 덕분. 그는 “신입생 등록금이 420여만원인데 장학금을 받아 120만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 국제학자금포럼
대학생 5명 중 셋 국가장학금 받아 … 저소득층 학업 유지에 큰 역할
학자금 대출액 4년 새 3배로 늘어 … 청년 취업난 속 ‘대출 폭탄’ 우려



 올해 대학 재학생 5명 중 3명은 김씨처럼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 지난해 수혜 학생은 122만2160명(전체 재학생 대비 58.6%). 2012년 103만4000여 명(50.5%)에서 큰 폭으로 늘어났다.



 국가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아르바이트 시간이 줄어 공부에 몰두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김병주 영남대 교수가 지난 2~3월 전국 60개 대학의 국가장학금 신청 학생 1만9734명을 조사한 결과다. 학비 마련을 위해 2010년 학기 중 8시간18분 일하던 학생들은 지난해 1학기엔 6시간30분만 아르바이트 등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10년 도입한 ‘든든학자금’(취업 후 상환하는 학자금 대출)도 저소득층 지원에 한몫했다. 7.8%였던 대출 금리는 현재 2.9%다. 2010년 3조7000억원이던 학자금 대출 누적액은 지난해 10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든든학자금 대출은 취직 후 갚기 때문에 2020년께 대출 누적액이 20조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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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지금처럼 청년층 취업난이 지속되면 취업 후 학자금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대학 졸업과 함께 4만 달러가 넘는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학생이 최근 8년간 10배 증가했다. 지난달 10일 미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가계부채보고서에 따르면 90일 이상 장기 연체된 채무 불이행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항목이 학자금 대출이었다.



 특히 한국에선 정부 예산의 30분의 1가량이 대학 학자금 지원에 투입되고 있어 재정에 적잖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김병주 교수는 “국가와 대학 모두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한 재원 마련에 한계를 겪고 있다. 무상으로 지급되고 있는 국가장학금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소득층은 무상장학금으로, 중·고소득층은 취업 후 상환 대출로 지원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금처럼 모든 대학생이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는 장학금·학자금 제도에 변화를 주자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 폭탄’ 막으려면=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이사장 곽병선)은 해결책 모색을 위해 18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제4회 국제학자금포럼을 개최했다. 이 행사엔 미국·일본·독일·스웨덴 등 10여 개국의 장학지원기관 관계자가 참여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부진과 부동산 경기 둔화, 조기·명예퇴직 확산 등으로 부모가 자녀 학비를 부담할 여력이 적어지면서 학자금 대출을 받는 청년층은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청년 취업난으로 학자금 대출의 부실화와 국가 재정 손실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급 인력 육성 비용을 분담하기 위해 대학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자”고 했다.



 무상장학금은 없고 무이자 또는 저금리 대출만 지원하는 일본에선 선배가 대출을 갚아야 후배가 지원받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은 ‘릴레이 계좌’라고 한다. 마에하타 요시유키 학생지원기구 국장은 “연체를 없애는 게 최대 과제다. 상환이 어려운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주는 학자금 대출 상환 업무를 국세청이 전담한다. 리처드 포가티 주한 호주대사관 교육참사관은 “지금은 연소득 5만4000달러가 되면 대출 상환이 시작되는데 이를 5만 달러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스웨덴 국립학자금지원위원회 크리스티나 겔러브란트 하그베르그 사무총장은 “해외에 있는 대출자에게도 상환받을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협력해 주소 정보를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정홍주 장학재단 학자금금융연구소장은 “한국은 무상장학금이 있기 때문에 대출을 보조금으로 인식할 수 있는 만큼 상환 의무와 연체 시 불이익 등을 알리는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김성탁·천인성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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