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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화요일] 뉴스까지 빨아들였다 ‘인터넷 블랙홀’ 페이스북

중앙일보 2015.05.19 01:04 종합 21면 지면보기


14억 명 이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단순한 교류매체를 넘어서 뉴스와 동영상 등 각종 인터넷 콘텐트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13일(현지시간)부터 뉴욕타임스를 필두로 세계 유수 언론사들이 페이스북에 뉴스를 제공하는 ‘인스턴트 아티클스(Instant Articles)’ 서비스를 시작했다. 페이스북의 뉴스 포털로의 변화를 보여줘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토 넓히는 SNS 강자
NYT 등 9개 언론사 뉴스 제공하는 ‘인스턴트 아티클스’ 서비스 시작
언론사는 수익·독자정보 얻지만 페이스북 의존도만 커질 위험도
동영상 시장서도 1위 유튜브 위협 … 개도국선 ‘페이스북=인터넷’ 통해



 ‘인스턴트 아티클스’에는 뉴욕타임스, 가디언, NBC뉴스와 BBC, 버즈피드, 애틀랜틱, 내셔널 지오그래픽, 슈피겔 온라인, 빌트 등 9개의 유수 언론사가 참여했다. 미국·영국·독일의 대표적인 신문, 방송, 온라인이 망라된 셈이다.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페이스북 서버 안에서 뉴스가 보여진다(현재는 아이폰 앱으로만 서비스한다). 페이스북 측은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할 때보다 로딩 시간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끊김 없이’ 기사와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기존 미디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페이스북이 큐레이터가 되어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유수 언론사 콘텐트들을 묶어 제공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이 홍보용으로 페이스북 계정(페이지)을 운영하던 기존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서비스가 안정화·확대된다면 세계 최대 SNS 페이스북이 세계 최강의 뉴스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페이스북을 이용하다 친구들이 올린 뉴스를 ‘우연히’ 소비하는 형태였다면 앞으로는 뉴스를 보기 위해 페이스북에 들어가는 식의 역전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애플 아이튠스의 등장과 기존 음반사의 몰락이라는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등 포털과 언론사의 관계를 떠올리게도 한다. 인터넷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포털과 손잡았던 언론사들이 오히려 포털 의존도만 높이고만 경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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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논란을 의식해선지 일단 ‘인스턴트 아티클스’는 언론사와 페이스북의 ‘상생’ ‘윈윈’ 모델로 선보였다. 언론사에 합당한 광고수익을 보장하고 독자 정보도 제공하는 등 상당한 유인책을 줬다. 언론사로서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페이스북의 기술적 강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뉴욕타임스는 첫 기사로 ‘운동하는 삶, 멈춰 버리다(A Life in Motion, Stopped Cold)’라는 피처 기사를 실었다. 동영상과 사진이 빽빽이 담긴 9000단어 분량의 멀티미디어형 고품격 기사다. NBC와 애틀랜틱도 비슷한 기사를 올렸다. 이에 대해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페이스북 서버와 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모바일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형식의 기사들”이라며 일단 호평했다. 이 교수는 또 “이번 페이스북의 제안 내용은 어떤 언론사라도 쉽게 거절할 수 없어 보인다”며 “지금까지 언론사들은 인터넷 플랫폼의 지배력 확대에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해왔으나 이제는 유수 언론사들도 페이스북이 내미는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듯하다. 페이스북은 언론의 친구도 적도 아닌 교류매체 시대의 지배자 자격으로 언론을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스’를 통해 제공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뉴스. [사진 페이스북]
 페이스북의 성장세는 동영상 비디오 시장에서도 돋보인다. 지난해 여름 SNS를 강타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기점으로 부동의 1위 유튜브를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 무엇보다 페이스북 노출 알고리즘의 조정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가령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쭉 내리다 보면 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동영상이 스스로 작동하는 ‘자동 재생(Auto Play)’ 기능을 도입했다.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것보다 이용자가 페이스북에 직접 올린 동영상이 뉴스피드에 더 많이 보여지게도 했다.



 2015년 현재 페이스북에 매달 새롭게 올라오는 동영상은 1억 건 이상. 전년 대비 175% 증가했다. 일일 동영상 시청 수도 30억 뷰에 이른다. 지난해 9월 10억 뷰에 비하면 폭발적인 증가다. 전체 페이스북 이용자의 65%가 모바일로 이용하며 광고수익의 75%가 모바일에서 나오는 등 강한 ‘모바일 파워’를 과시한다(월 1회 이상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국내 이용자 수는 1400만 명, 그중 모바일 이용자는 무려 93%인 1300만 명이다). 기업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는 지난 연말 유튜브를 밀어내기도 했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대표는 “페이스북은 ‘웹 동영상=유튜브’란 이용자 인식을 바꾸며 10주년을 맞은 유튜브에 위기감을 안기고 있다”면서 “특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브 스타들이 대거 페이스북으로 옮겨갈 경우 위기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뉴스와 동영상을 페이스북이라는 틀 안에 가두려는 움직임은 결국 모든 콘텐트를 페이스북 안에서 작성하거나 유통시키려는 ‘콘텐트 블랙홀’ 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페이스북이 새로운 월드와이드웹이 되려고 한다’는 표현도 나왔다. 실제 페이스북이 인터넷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일부 아시아·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서는 이용자의 절반가량이 페이스북을 하며 처음 인터넷을 접했고 ‘페이스북=인터넷’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IT·경제 전문매체 쿼츠(Quartz)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인터넷 이용자의 65%가 ‘페이스북=인터넷’이라고 답했다. 인도네시아는 61%, 인도는 58%, 브라질은 55%였다.



양성희 기자 sh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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