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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도 인해전술 … 하루 1만개 기업 생기는 중국

중앙일보 2015.05.19 00:49 경제 4면 지면보기
중국인 리시우잉(李秀英·32·여)은 최근 둘째를 낳아 휴가 중이지만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는 집에서 아기를 돌보다 틈날 때마다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WeChat)에 접속한다. 한국 화장품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웨이신 친구들에게 공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으로 유학간 친구로부터 건네받은 화장품에 수수료를 얹어 파는 사업을 한다. 그의 친구들은 마음에 드는 제품을 주문한 뒤 온라인으로 대금을 보낸다.


정부는 규제 풀고 유학생들 가세
작년 365만개사 창업 역대 최대
제조업 위주 탈피, 서비스업이 79%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자오푸청(趙富城·28)은 대표적인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도 이후 출생자) 창업가다. 그는 지난해 초 대학 동기 3명과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다. 방문 의료 마사지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앱이다. 지난해 말까지 6000명이 이용했다.



 온라인을 활용한 중국의 창업 열풍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18일 발간한 보고서 ‘중국 경제의 새로운 모멘텀, 창업대국’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한 중국 기업 수가 365만개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최용민 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창업 기업이 2011년 200만개에서 2013년 250만개, 지난해365만개로 연평균 61% 증가했다”며 “하루 1만개 기업이 탄생하고 있어 창업 ‘인해전술’이라 부를만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창업한 회사 중에서는 3차 산업(상업·금융 등 서비스업) 회사가 287만개로 전체의 79%로 나타났다. 농업·제조업 위주 창업에서 고도화한 셈이다. 특히 ‘촹커’(創客·창업자)의 온라인 창업이 활발했다. 창업 정보 서비스 업체인 창업방(創業邦)의 설문조사 결과 인터넷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창업한 경우는 9%에 불과했다.



 중국의 창업 열풍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데다 귀국한 바링허우 세대 유학생들이 창업에 뛰어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0년 이후 매년 20~30%씩 성장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일하는 종업원만 지난해 2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귀국 유학생 창업단지 수는 2006년 110개에서 2013년 280개로 늘었다. 입주기업 수도 1만6000개에 이른다. 지난해 1196억 달러(약 129조 8000억원)에 달한 외국인 직접투자도 유학생 창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도 적극 나서 촹커를 돕는다. 지난해 3월 회사법을 개정해 창업시 요구했던 최저자본금과 현금출자비율을 없앴다. 제출해야 하는 창업준비 서류도 기존의 절반인 13개로 줄였다. 소자본으로도 창업하기 쉽도록 규제를 확 줄인 것이다. 지난 1월에는 400억 위안(약 7조원)에 달하는 창업 기금도 조성했다.



 무엇보다 촹커의 성공 스토리가 바링허우 세대를 창업으로 이끌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51)이 대표적이다. 1964년 가난한 경극배우의 아들로 태어난 마윈은 삼수 끝에 대학에 들어갔다. 미국을 방문했다가 인터넷을 처음 접한 뒤 1995년 2만위안(약 350만원)으로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창업했다. 알리바바·타오바오를 잇달아 창업하며 20년 만에 재산 규모가 356억달러(약 39조원)에 달하는 중국 최대 갑부로 떠올랐다.



 최용민 지부장은 “중국은 경제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창업이 급증해 경제 성장 잠재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 지원 아래 청년 창업, 정보기술(IT)·저비용 창업이 늘어난 점은 청년실업 문제로 고민하는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촹커=IT를 기반으로 한 혁신 창업자를 뜻한다. 영어 ‘메이커(Maker)’의 중국식 번역이다. 롱테일 이론을 창안한 크리스 앤더슨의 저서 『메이커스』(2012)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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