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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

중앙일보 2015.05.19 00:27 종합 30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5월 7일자 34면>

“공백 메운 대법원, 한명숙 사건 속도 내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야당 의원들이 모두 빠진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투표가 이루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박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야당이 끝까지 협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의장으로서 단호하게 결정해야 된다”며 직권상정 철회 요청을 거부했다. 박 대법관 후보 임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다.



 박 대법관 후보 임명이 지연되면서 지난 2월 17일 퇴임한 신영철 전 대법관 자리는 80일째 공석 상태다. 신 전 대법관이 속했던 대법원 2부는 원래 4명이 해야 하는 재판을 3명(이상훈·김창석·조희대 대법관)이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2부에 배당된 한명숙(전 국무총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과 이재현 CJ 회장의 횡령·탈세 사건 등 중요한 사건들의 선고가 미뤄지고 있다. 특히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2013년 9월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이후 대법원에서 1년8개월 동안 머물러 있다.



 사실 박상옥 대법관 임명이 늦어지기 전에도 한 전 총리 사건은 늑장 처리 논란에 휩싸였었다. 한 전 총리가 불구속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평균 8개월인 상고심 처리 기간에 비해 선고가 상당히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박 대법관 후보 임명에 계속 시비를 걸었던 이유도 한 전 총리 사건 선고를 최대한 지연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 전 총리의 혐의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다. 증거의 신빙성 등 사실관계를 놓고 다툼이 있겠지만 법리적으로는 그리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끌 사건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법조계에서 재판은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대법원은 대법관 구성이 마무리된 만큼 한 전 총리 사건 등 지연된 재판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2015년 5월 7일자 31면>

“민주주의 모욕한 박상옥 대법관 인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국회가 6일 본회의에서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수사 검사팀의 일원이었던 박 후보자를 두고는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많은 국민은 물론 법원 내부에서조차 ‘자격 미달’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힘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였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뚜렷한 전략도 없이 갈팡질팡하며 시간만 끌었다. 그 결과, 꽃다운 대학생을 고문해 죽인 야만적이고 반인간적인 사건에 관여했던 인물이 인권의 최후 보루라 할 대법관의 자리에 앉는 역설적이고 기막힌 현실이 우리 앞에 나타나고 말았다.



 박상옥 파동은 국회 인사청문회나 인준 표결 등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울에 불과한지도 확실히 보여주었다. 여당은 인사청문회법을 내세워 야당을 압박했으나, 실제 청문회 내용을 보면 임명 강행을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법무부는 박종철씨 사건 수사 자료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국회의 권능과 인사검증권을 철저히 무시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변호인 노릇을 하기에 바빴다. 이런 미흡한 인사청문회 때문에 아직 인사청문경과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은 상태다. 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강행 처리는 표면상 법에 정해진 절차 준수라는 외양을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절차적 정당성마저 온전히 지켜지지 않은 우격다짐 인사인 것이다.



 다수 의석을 앞세워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새누리당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대책은 호되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야당은 애초 특별한 전략도 없이 인사청문회 개최를 거부하다가 여당과 보수 세력들의 공세에 밀려 인사청문회 개최에 합의했으나, 후속 대책은 아무것도 없었다. ‘철저한 검증으로 낙마시키겠다’는 공언은 한낱 허언으로 끝났고, 그 뒤에도 아무런 정치력이나 협상력도 발휘하지 못한 채 시간만 끌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표결에 불참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투다. 야당이 여당에 끌려다니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머리도 뒷심도 없는’ 야당의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다.



 이번 박상옥 대법관 인준 강행은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길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무능한 검사, 외압에 굴복하고 권력과 타협한 검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를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 양승태 대법원장이나 정치권 모두 저세상에 있는 박종철씨의 영령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논리 vs 논리] 대법관 공백 후유증에 초점 vs 후보자 자격 문제 계속 제기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축소수사와 관련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김상선 기자]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5월 6일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난 1월 26일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온 지 꼭 100일 만이다. 동의안은 새누리당 의원 158명만 표결에 참여해 찬성 151표, 반대 6표, 무효 1표로 가결됐다.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후보자가 검사 시절인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에 수사검사로 참여해 경찰의 사건 은폐·축소를 방조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이유로 사퇴를 요구하면서 인사청문회를 거부해 왔다. 그러다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70여 일 만인 지난달 7일에야 청문회를 열었으나 야당은 다시 청문결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당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박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 연기를 요청했지만 정 의장은 직권상정 철회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박 대법관 후보 임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중앙과 한겨레는 사설 제목에서부터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앙은 ‘공백 메운 대법원, 한명숙 사건 속도 내야’로, 한겨레는 ‘민주주의 모욕한 박상옥 대법관 인준’으로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일관되게 박상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지연됨으로써 발생되는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반면 한겨레는 박 후보자의 전력을 들어 대법관으로 임명하기에는 ‘자격 미달’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중앙은 ‘박 대법관 후보 임명이 지연되면서 지난 2월 17일 퇴임한 신영철 전 대법관 자리는 80일째 공석 상태’이고, ‘신 전 대법관이 속했던 대법원2부는 원래 4명이 해야 하는 재판을 3명이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조계에서 재판은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할 때 쓰는 말을 예로 들면서 ‘대법원은 대법관 구성이 마무리된 만큼 지연된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박 후보자를 두고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많은 국민은 물론 법원 내부에서조차 자격 미달이라는 목소리가 높은데도 새누리당이 힘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였고, 야당은 뚜렷한 전략도 없이 갈팡질팡하며 시간만 끌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꽃다운 대학생을 고문해 죽인 야만적이고 반인간적인 사건에 관여했던 인물이 인권의 최후 보루라 할 대법관의 자리에 앉는 역설적이고 기막힌 현실이 우리 앞에 나타나고 말았다’고 개탄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 지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중앙은 한명숙 새정치연합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 등 중요한 사건들의 선고가 미뤄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2013년 9월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이후 대법원에서 1년8개월 동안 중단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야당이 박 대법관 후보 임명에 계속 시비를 걸었던 이유도 한 전 총리 사건 선고를 최대한 지연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나왔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박 후보자의 자격 논란 외에 인사청문회나 인준 표결 등의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을 덧붙이고 있다. ‘여당은 인사청문회법을 내세워 야당을 압박했으나 실제 청문회 내용을 보면 임명 강행을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법무부는 박종철씨 사건 수사 자료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국회의 권능과 인사검증권을 철저히 무시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변호인 노릇을 하기에 바빴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대법관 후보자 한 사람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두 신문이 이렇게 확연히 다른 시각으로 갈리는 현실을 보면 여전히 우리 사회 진보·보수 진영 간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대결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디서 어떻게 시각차가 나는지를 보다 면밀하게 살피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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