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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아직 론스타 그늘 못 벗는 외환은행

중앙일보 2015.05.19 00:05 종합 3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노사 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게 의아하다. 법적 분쟁과 별개로 무엇이 은행에 가장 효율적일지 대화해 보라.”



 하나-외환은행 통합 문제를 놓고 법정 공방 중인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에 지난 15일 재판부가 한 당부다. 오죽 답답했으면 저런 주문이 나왔을까 싶다. 미래와 직결된 사안을 스스로 풀지 못하고 법원의 판단에만 매달리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



 조기통합이 공론화된 지 1년이 가까워 오는데도 왜 이처럼 협상에 진전이 없었을까. 외환은행을 바라보는 하나금융 경영진과 노조 간 시각차가 워낙 컸다. 경영진은 외환은행의 ‘초라한 현실’을 강조하는 반면, 외환은행 노조와 직원들은 ‘화려했던 과거’에 매달리는 인상이다.



 1967년 국책은행으로 출발한 외환은행 은 자부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공개적으로 표현은 안 해도 단자회사로 출발한 하나은행에 인수당하는 처지를 마음속으로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한 외환은행 직원은 “초창기에는 한국은행에 필적할 만큼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왔다”며 “지주사가 이런 감성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통합을 밀어붙이니 반발과 불안감이 커졌다”고 했다.



 그러나 경영진이 주목하는 외환은행의 현실은 다르다. 어느새 ‘고(高)임금-저(低)생산성’이란 낙후된 금융을 대표하는 존재가 됐다. 같은 국책은행이었던 기업은행과 비교해 보면 확연하다. 기업은행 직원들은 지난해 1인당 7675만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평균 급여로 6794만원을 받았다. 반면 외환은행은 1인당 순익은 5300만원인데 평균 급여는 7998만원이다. “이대로 가면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에도 추월당할 것”이라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경고한 배경이다.



 이는 ‘론스타 10년’이 남긴 후유증이다. 2003년 외환은행을 거머쥔 론스타는 은행 수익을 전산·인력·영업망 확충 등 장기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 대신 당장의 배당과 노조 달래기용 급여 인상에 썼다. 하나금융의 한 고위 임원은 "일례로 외환은행은 대학내 점포가 없다"면서 "미래 잠재고객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개탄했다.



 양측의 간극을 좁힐 계기는 마련되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은 통합 은행명에 ‘외환(KEB)’ 브랜드를 넣어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자존심을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명분은 갖췄으니 물밑에서 ‘실리’에 대한 구체적 합의만 되면 연내 통합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낙관적 전망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통합보다 중요한 건 시너지다. 노사 간 진정성 있는 대화가 필요한 건 그래서다. 대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어선 미래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이 외환은행을 살리고 한국 금융이 론스타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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