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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주스 ‘관능검사’ 뒤 쏟아진 10명의 칼 비평

중앙일보 2015.05.19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피코크 상품을 검사하 는 연구원들. [사진 이마트]
지난 13일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연구실. 10명의 연구원이 딸기주스·물만두·왕만두 등 3가지 제품을 시식하고 있었다. 5분씩 시식이 끝나면 연구원들의 냉정한 평가가 이어진다. 색·향·맛 등은 물론이고, 만두피의 투명한 정도, 치아에 달라붙는 정도, 주스의 부드러운 목넘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약 20여 가지 항목에 대해 점수가 매겨진다. 최종 점수격인 ‘구매의사’ 점수도 있다.


이마트 ‘피코크’ 품질 평가
대학 연구팀에 맡겨 20여 항목 체크
타사 제품보다 경쟁력 없으면 퇴출

 숙명여대 한영실 교수팀은 이런 방식으로 이마트의 프리미엄 식품 PL(자체 브랜드·Private Label) 상품인 ‘피코크’ 제품과 해당 분야 이마트 판매 1위 제품을 비교평가했다. 평가는 연구원들이 관능검사(사람의 오감으로 식료품 등의 품질을 평가하는 것)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평가에서 3가지 제품 모두 PL 제품의 구매의사점수(7점 만점)가 경쟁 제품보다 높게 나왔다. 딸기주스의 경우 4.7대 4.2, 물만두는 5.0대 3.9, 왕만두는 4.6대 3.4였다. 하지만 딸기주스에서는 신맛·목넘김 등 2가지, 물만두에서는 쫄깃한 정도 등 7가지 세부 항목에서 경쟁 제품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왕만두는 만두피의 퍼짐 등 3가지 세부 항목이 뒤처졌다.



 이 뒤쳐진 항목을 꼼꼼하게 살펴 보완하는 게 피코크의 ‘고득점 비결’이다. 점수가 낮은 항목에 대해서는 평가가 끝난 뒤 연구원들의 신랄한 비판이 이어진다. 이날 검사를 마친 뒤에도 심기현 교수 등 연구팀은 피코크 제품에 대한 개선점을 말했다. “딸기 주스의 뚜껑을 열었을 때 첫 냄새를 개선해야 한다”(설하늬 연구원) “식감이 기대에 못 미친다”(정이지 박사) 등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연구원들의 코멘트는 그 즉시 담당 상품개발실과 협력업체 등에 전달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 달 안에 제품 개선이 이뤄진다. 이날 관능평가를 지켜보던 이마트 김수진 상품개발자(MD)는 “개선이 되지 않거나 기존 제품들에 비해 경쟁력이 없는 제품은 퇴출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10가지의 피코크 제품이 매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이마트의 첫 PL 상품은 1997년 출시한 이플러스 우유다. 하지만 이마트가 PL 상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게 된 것은 2007년 10월 가공식품·가전·스포츠용품을 중심으로 3000개 상품을 이마트·빅텐·데이즈 등의 브랜드로 내놓게 되면서다. 2008년에는 그 종류가 1만5000가지로 늘어나고, 지금은 개사료에서 문구, 간편가정식에 이르기까지 총 1만8000여 가지의 PL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품질에 대한 인식이 아쉬웠다. 고급 PL 상품의 대명사로 꼽히는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같은 이미지가 필요했다. 공재훈 이마트 과장은 “단순히 양이 많고 가격이 싸다는 것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이마트가 2013년 피코크 브랜드를 내놓게 된 배경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장사를 하는 유통기업 프레임으로서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살릴 수 없다. 상품을 기획·개발하는 역량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피코크의 론칭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피코크는 출시 이후 ‘청담동 SSG 푸드마켓에도 들어가는 PL’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부대찌개 등 120가지 제품은 피코크 제품이 이마트 상품군별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60.7% 매출 성장을 보인 피코크는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59%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김일환 이마트 피코크 총괄은 “지난해 600여 가지 수준인 피코크 상품을 2023년까지 1500가지로 늘리고, 매출도 지난해 780억원에서 2023년까지 4000억원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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