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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골목 거닐며 맛 기행,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워

중앙일보 2015.05.19 00:01 라이프트렌드 1면 지면보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의 한 추로스 가게 앞. 이곳에서 추로스를 사먹기 위해서는 2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


일요일인 지난 17일 오후 3시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한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메뉴판을 보며 주문할 음식을 고르는 사람부터 음식을 받아들고 함박웃음을 짓거나 가게를 배경으로 셀피(자신 얼굴을 스스로 사진촬영하는 행위)를 남기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편안하게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세련된 카페들을 제쳐두고 좁은 길목에 서서 30여 분씩 기다리는 이유는 뭘까. 도심 나들이를 더욱 즐겁게 해주는 ‘스트리트 푸드(Street Food·길거리 음식)’ 때문이다.

‘스트리트 푸드’의 진화



스트리트 푸드는 말 그대로 거닐면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대표적으로 떡볶이·순대·어묵·붕어빵 등이 꼽혀 왔다. 떡볶이나 어묵은 짧은 시간 내에 간편하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평범한 먹거리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트리트 푸드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비주얼적인 감각도 더해졌다. 이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 먹으러 찾아갈 정도다.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낯선 비주얼과 이색적인 맛의 스트리트 푸드는 당장 맛보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색 메뉴, 개성 있는 매장 속속



가로수길에서 망고 음료(왼쪽)와 이색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여성들.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서울에선 홍대입구·강남 가로수길·이태원 경리단길 등지에 보기에도 좋고 맛난 새로운 스트리트 푸드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거리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성취감을 얻고 직접 맛을 보면서 즐거움을 얻는다. 한국트렌드연구소 박성희 책임연구원은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도구 중 하나로 스트리트 푸드를 활용하고 있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일을 가벼운 아웃도어 활동으로 여기게 됐고, 골목 산책을 통해 시각·후각·미각이 자극되면서 활력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리트 푸드를 파는 공간도 각양각색이다. 주로 트럭이나 노점에서 음식을 팔던 과거와 달리 실내에 제법 큰 규모의 주방을 마련해 위생적으로 조리하는 경우가 많다. 세련된 용기로 포장해 줘 테이크아웃하기에도 편리하다. 톡톡 튀는 매장 인테리어도 볼거리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Remicone(레미콘)’은 일반 건물 코너에 있는 매장이지만 ‘푸드 트럭’처럼 외관을 꾸며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매장 백여진 매니저는 “트럭인 줄 알고 손으로 여기저기 만져보기도 하고, 어린 시절 동네를 돌아다니던 아이스크림 트럭이 생각난다며 즐거워하는 손님도 많다”며 “단지 음식만 먹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나누고 분위기를 즐기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레스토랑 못잖은 신선한 식재료



‘재료의 고급화’도 스트리트 푸드의 전성기를 불러온 요인 중 하나다. 값싼 재료 대신 신선하고 질 좋은 식자재를 사용해 손님이 보는 앞에서 즉석으로 요리해 판매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랍스터 샌드위치와 롤도 스트리트 푸드로 등장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지난해부터 랍스터를 이용한 음식이 길거리에 등장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국내에는 랍스터를 넣은 샌드위치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과 이태원 경리단길 등에서 맛볼 수 있다. 100% 자연치즈만 사용하는 프리미엄 샌드위치 가게도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지만 건강을 챙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고품격 스트리트 푸드다.



 각양각색의 음식 정보는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사람들은 SNS에 올라온 스트리트 푸드 사진을 보면서 자유로움과 여유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됐고, 이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사진 속 공간을 찾아 푸드 투어를 한다. 박 책임연구원은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보면 트위터를 통해 쿠바 샌드위치 ‘쿠바노’가 알려지고 사람들이 푸드 트럭이 있는 곳을 찾아 모여들게 되는데, 이제 이러한 이야기는 영화 속 상황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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