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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 잔디가 사라지는 까닭은

중앙일보 2015.05.18 11:11
푸른 잔디가 깔린 뒷마당에서의 바비큐 파티, 그리고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이미지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잔디 키우기가 힘들게 됐다. 4년간 지속되고 있는 가뭄에 ‘물 낭비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잔디가 퇴출되고 있다.



미국 일반 주택에서 사용하는 물 가운데 잔디에 주는 물의 비율은 57%. 잔디가 사람보다 물을 더 많이 마시고 있는 셈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잔디가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은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지난달 물 사용량을 25% 줄이는 강제 절수령을 내리면서다. 브라운 주지사는 올해 안에 캘리포니아 전역의 잔디 4.7㎢ 규모의 잔디를 없앨 것을 지시했다. 로스앤젤레스(LA) 시도 올해 안에 2.3㎢ 규모의 잔디를 퇴출시킬 예정이다. 캘리포니아 수자원국에 따르면 잔디 0.1㎡를 없애면 연간 물 159L을 절약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수자원국은 잔디를 없애기 위해 자발적으로 잔디 퇴출에 동참하는 개인과 사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한편, 이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병행, 잔디 퇴출에 적극 나섰다.



실제 이 같은 정책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인센티브를 제곱피트 당 1달러에서 2달러로 올린 이후 물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친환경 잔디나 인조 잔디 등으로 교체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LA 인근 아케디아에 사는 톰 벡 시의원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뒷마당에 심은 잔디를 걷어내고 절수형 선인장류 식물로 심었다”며 “착잡한 심경이 들었지만 가뭄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한 편에서 수자원국은 최근 항공 촬영을 통해 잔디가 무성한 곳을 가려내 벌금을 매기는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LA 서부 벨에어나 베벌리힐스 등 부자들이 사는 곳이 집중 타깃이 됐다.



LA 서부의 랜드마크인 모르몬 사원 앞 잔디 밭은 갈색으로 변한 지 오래다. 사원 측이 절수 정책에 부응해 한 달 전부터 0.05㎢ 크기의 사원 잔디에 물을 주지 않아 말라 시들었기 때문이다.



잔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할 정도로 캘리포니아주에서 4년간 지속된 가뭄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콜로라도ㆍ와이오밍ㆍ뉴멕시코ㆍ유타ㆍ애리조나ㆍ네바다 서부 7개 주의 ‘젖줄’인 콜로라도 강의 수위가 가뭄으로 몇 년째 낮아지고 있다.



총연장 2334㎞에 이르는 콜로라도강은 매년 평균 5조 갤런의 물을 4000만 명과 400만 에이커에 공급하고 있다. 미 국립과학원은 이미 2009년 기후변화로 2050년까지 콜로라도강 수량이 10∼30%까지 줄 것으로 예상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지하수 감소까지 더해져 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캘리포니아 주의 상수도 공급원이자 발전소인 샤스타댐도 지속된 가뭄에 저수량이 절반이나 줄었다. 사스타댐은 710㎽ 전력생산으로 53만 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해왔는데 최근 몇 년간 전력생산도 ⅓까지 줄어들었다. 캘리포니아 전역의 다른 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주 수자원국 관계자는 “가뭄은 걱정으로 그치는 문제가 아닌 모두 힘을 합쳐 대처해야 할 실질적인 위협이 됐다”면서 “가정과 기업체들이 나서 절수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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