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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평양에 ‘연락사무소’ 추진

중앙일보 2015.05.18 02:20 종합 1면 지면보기
민간 경제인들의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북한의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북한의 경제개발을 돕고 우리 기업들의 대북 경제협력·투자 사업의 자문을 위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엔 비공식 경로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의욕적으로 건설한 강원도 원산의 마식령스키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정부 측에 전달했다.


민간 기업 주도로 경협 확대
얼어붙은 남북 관계 풀고 남한의 저성장 돌파구 기대
“유기농·관광 산업(山業) 키워 … 북한을 아시아판 스위스로”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17일 “민간 기업들이 경협과 통일의 산파역을 맡는다는 취지로 전경련 평양 사무소 설치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평양 사무소가 설치되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 경색을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협력이란 방식으로 풀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전경련은 지난해 8월 통일경제위원회를 발족해 남북 경협 활성화를 이끌어낼 각종 방안을 고민해 왔다.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은 “올해로 분단 70주년을 맞지만 남북 간 체제 갈등과 불신은 한층 커진 상태”라며 “개성공단처럼 북한을 자극하고 개방으로 이끄는 변화의 전초기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를 중심으로 민간 기업의 역할과 교류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북 당국 간의 ‘관(官) 주도’로 이뤄져 온 남북 경협이 천안함 격침, 금강산 관광처럼 정치·사회적 이슈에 따라 부침(浮沈)을 거듭해 오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 주도의 남북 경협 확대가 저성장·저투자·저금리·저물가라는 ‘신(新) 4저’의 공습으로 휘청대는 한국 경제에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한몫하고 있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북한 산업 담당)은 “2500만 인구의 북한은 동북아·러시아를 잇는 잠재력 큰 경제권으로, 민간 주도의 북한 공동 개발이 추진되면 남북한 모두에 새로운 경제 도약이란 기회의 문이 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먼저 북한을 ‘아시아판(版) 스위스’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북한 국토의 80%가 넘는 산악 자원을 우리 기업들과 함께 개발하자는 것이다. 먼저 유기농·힐링·관광을 아우르는 ‘산업(山業)’단지를 함께 키운 뒤 제조업 등으로 산업협력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외국 기업도 입주가 가능한 ‘제2 개성공단’을 만들어 기존의 경협을 더 살려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남북 간 상업거래는 7200억원 규모다. 이 중 개성공단의 몫이 99%에 달했다. 개성공단의 물품 반입·반출량은 1989년 1800만 달러에서 현재 23억 달러로 불었다. 지난 26년간 남과 북이 개성공단을 통해 127배 가까워진 것이다. 이런 성과를 북한의 본격적인 개혁·개방으로 유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내 19개 경제개발구 중 한두 곳을 제2 개성공단으로 만드는 방법도 추진할 만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김준술·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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