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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과 전공 융합 … 가천대, 교양수업을 바꾸다

중앙일보 2015.05.18 01:48 종합 20면 지면보기
가천대 ‘인성세미나’ 수업을 맡은 증권사 트레이더 출신 박도현 교수(오른쪽)가 14일 금융수학과 1학년 학생들과 토론하고 있다. 4명이 바나나 3개를 공평하게 나눠먹는 방법을 찾는 것이 수업의 주제였다. [사진 가천대]


“네 명의 사람 앞에 세 개의 바나나가 있습니다. 바나나를 가장 공평하게 나눠먹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가천대 가천관. 1학년 교양필수인 ‘인성세미나’ 수업을 듣던 금융수학과 10명에게 박도현 교수가 질문을 던졌다. 김승주(19)씨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수학적으로 가장 정확한 방법은 최소공배수를 구하는 거죠. ‘4X3=12’니까 바나나를 네 등분해 세 조각씩 먹으면 됩니다.” 옆에 있던 양석준(19)씨가 반박했다. “아니에요. 더 정확한 방법이 있어요. 바나나를 믹서에 갈아서 균등히 나눠 마시는 겁니다. 필요하면 우유도 타고요.” 양씨의 말에 다른 학생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 출범
전공별로 교양 전담교수 배정
문학·과학·예술 아우른 강좌 준비



 한바탕 웃음꽃이 피고 난 뒤 박 교수가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수학처럼 똑 떨어지지 않아요. 네 명의 사람을 엄마나 아빠, 동생 또는 할머니처럼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해보자”며 “‘공평’의 의미가 꼭 산술적인 평균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려와 양보가 있다면 누군가는 덜 먹거나 더 먹을 수도 있다. 이런 사안에 대한 창의적 해법이 많이 나올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발전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를 설립한 가천대가 수업 혁신을 통한 제2의 비상을 선언했다. ‘인성세미나’처럼 인문학과 자연과학, 인성교육이 어우러진 새로운 형식의 교양강의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원래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연구보다 폭넓은 교양교육에 집중하는 중소규모 대학을 뜻한다. 미국의 윌리엄스대·웨슬리언대 등이 대표적이다. 가천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소속 학생이 없는 단과대로 재학생 전체의 교양교육을 전담한다. 2학기부터 칼리지를 본격 가동하고 2018년까지 새로운 교양교육 과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 교육의 대표적 모델인 ‘인성세미나’는 지난해부터 실시됐다. 10명 내외의 소규모 토론식 수업으로 전공 학문과 인문학이 융합된 내용을 가르친다. 특히 최근 교육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은 인성교육이 강조된다. 이날 금융수학과 ‘인성세미나’에서 박 교수는 미국에서 증권 트레이더로 근무했던 자신의 경험을 예로 인성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고객 정보를 몰래 빼내서 수억 달러를 챙긴 직원이 있었어요. 한 명 때문에 고객과 회사는 엄청난 피해를 봤죠. 아무리 똑똑한 인재라도 인성이 바르지 못하면 사회에 큰 해악이 됩니다. 수학과라고 해서 수학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이번 학기에 인성세미나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는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맹주빈(19)씨는 “고교 때까진 제 주장이 강해 친구들과 싸우는 일이 많았다”며 “매주 세미나를 통해 경청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서지연(19·여)씨도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폭넓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내용과 방식에서 기존 교양교육과 큰 차이가 있다. 우선 토론식 수업이기 때문에 글쓰기와 말하기 등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을 위한 수업이 강화된다. 교수들에겐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스스로 풀면서 지식을 깨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문제 중심 교수법(problem based learning)을 연구토록 했다. 새로운 교육방식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예습하고 오프라인에선 실습과 토론을 하는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 기법도 도입할 계획이다. 둘째는 기존 교양교육과 달리 인문학과 전공 학문이 융합돼 있다. 이를 위해 칼리지 안에 문사철학부와 기초사회과학부, 기초자연과학부를 신설했다. 장창현 학사처장은 “전공별로 교양 전담교수가 배정돼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융합을 추구한다. 금융수학과의 ‘인성세미나’ 같은 인성교육과 수학이 융합된 교육이 실시된다”고 설명했다.



 가천대는 대표적 융합 교육으로 ‘위대한 강좌 G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문학·역사·철학·과학·공학·예술 등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내용의 강연을 계획하고 있다. 우수한 교원들을 선정해 오프라인 강의와 온라인 공개수업(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을 병행할 방침이다. 인성교육을 위한 비교과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인성캠프도 그중 하나다. 학생 개개인의 인성교육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가천인성지수’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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