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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여자라 ~” 3단 고음 소찬휘 … 그 목청 여전하네요

중앙일보 2015.05.18 01:35 종합 25면 지면보기
소찬휘의 손은 참 작았다. 말도 소곤소곤하게 했다. 그런데 카메라 앞에 서자 눈빛이 변했다. 무대 위, 당당한 그의 모습이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부르는 게 아니라 도전해야 한다. 그의 무대는 관중을 진땀 나게 한다. “잔인한 여자라~”로 시작되는 노래 ‘티어스(Tears)’ 후렴구로 가면 조마조마하다. ‘삑사리’가 날 것만 같다가, 그의 고음이 터져나오면 박수가 절로 나온다. 요즘에도 3단 고음까지 올라가는 아이돌 가수의 가창력이 큰 화제가 되곤 하지만, 원조 3단 고음을 이야기할 때 1990년대를 빛낸 소찬휘(44)를 빼놓을 수 없다. 단독 콘서트를 기획 중인 그를 서울 서소문동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단독 콘서트 준비 중인 록가수
“앨범 내도 알릴 무대 없어 섭섭
기운 있을 때 하드록 앨범 도전”

 소찬휘는 올 초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토요일은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여전한 고음을 과시해 주목받았다. ‘오랜만에 얼굴 보는 가수’ ‘90년대와 똑같은 목청’으로 화제가 됐지만 사실 그는 노래를 쉰 적이 없다. 2000년대 들어서도 쉬지 않고 활동해 왔고, 앨범도 꾸준히 냈다. “매번 싱글앨범을 발표했지만 관심을 못 받아서 섭섭하기도 했죠. 그런데 신곡이 나와도 홍보할 창구와 무대가 없어요. 아이돌 가수 위주인 가요계가 아쉬울 때가 많죠.”



 지금이야 국내 대표 여성 록가수로 꼽히는 그이지만, 96년 그가 데뷔할 때의 장르는 댄스음악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실제 데뷔는 좀 더 앞선 88년이다. 고교 2학년 때 우연히 록밴드의 멤버로 데뷔했다, 8년의 무명시간을 거쳐 본격 무대 위에 설 수 있었던 셈이다. 그는 “술 먹을 때 ‘아씨 록이야’고 외치다가 댄스 음반을 내니 창피해서 잠수 타기도 했었다”며 웃었다.







 록은 소찬휘에게 자존심과 같다고 했다. 미국 록그룹 ‘하트’의 여성 보컬인 윌슨 자매가 그의 롤 모델이었다. 댄스음악으로 재출발했지만, 하고 싶던 록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노래 ‘티어스’는 그가 뛰어넘고 싶은 한계이면서 자랑이다. 새 노래가 나와서 라디오에 출연했는데도 사람들은 그가 부르는 ‘티어스’를 듣고 싶어하니 말이다.



소찬휘는 “15년 된 노래인데 아직도 노래방 순위권에 있는 걸 보면 생명력이 강한 노래”라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티어스를 부르는 걸 별로 안 좋아했는데 반응이 제일 좋으니 또 뿌듯하다”며 “지금껏 제 노래 중 티어스를 이길 만한 곡이 없다는 것을 각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목받기도 하며 잊히기도 하면서 어느덧 무대에 선 지 20년이 넘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는 “어쩔 수 없고, 거스를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했고, “스스로 잘 알아야 한다”고 되뇌기도 했다.



 그가 생각하는 가수 소찬휘의 현재 위치는 어디쯤일까. “시작 단계에 있다고 매번 생각해요. 일 벌이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해야 할 때는 도전하는 성격이에요. 도전해서 성공하면 좋고, 못하면 ‘아 어려운 거였구나’라고 배우고 다음 인생을 사는 거죠.” 그는 지난 1월 고음 뺀 발라드 곡 ‘글래스 하트(Glass Heart)’를 발표했다. “더 나이 먹기 전 기운 있을 때 하드록 앨범을 내고 싶다”는 소찬휘는 지금껏 그래왔듯 순응하는 듯 도전하고 있다.



글=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영상 유튜브 tnwl2203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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