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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권리금 보호법 … 상인 보호 구멍 숭숭

중앙일보 2015.05.18 00:31 경제 1면 지면보기
상가권리금을 보호하는 법이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해 13일부터 시행됐지만 정부가 약속한 분쟁조정위원회 설치조항은 법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국토교통부는 분쟁이 생겼을 때 권리금을 산정하는 기준과 권리금 표준계약서를 법 시행에 맞춰 준비하지 않았다. 법 시행에 따라 건물주들 사이에선 임대료를 올려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자칫하면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으로 소송만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불발
산정기준·표준계약서는 국토부 아직도 마련 못해



 상가권리금 보장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상가권리금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언급하면서다. 당시 박 대통령은 “(권리금) 분쟁조정기구를 설치해 임차인이 억울하게 삶의 기반을 잃는 일이 없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국토부 등은 지난해 9월 부처 합동으로 권리금 대책을 내놓고 “임차인과 임대인이 권리금 관련 분쟁을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분쟁조정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조항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소위에 참여한 일부 의원은 “분쟁조정위의 결정은 권고안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최종적으론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전·월세 분쟁조정위 설치조항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이유로 도입이 보류됐다. 하지만 분쟁조정위를 설치하지 않으면 모든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영세 임차인들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쟁조정위는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분쟁조정위 결정에 근거한 법원 판례가 몇 차례 축적되면 신뢰도가 높아져 상인들이 조정위의 결정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리금 분쟁이 일어났을 때 꼭 필요한 권리금 산정기준과 권리금 계약에 필요한 표준계약서도 마련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권리금 보호방안이 담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연말정산 대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과 함께 국회 통과 다음날 바로 시행되면서 생긴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지시하고 지난해 9월 대책까지 내놓은 것을 법 시행에 맞춰 준비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었는데도 법 시행에 맞춰 기준 등을 고시하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는 국토부의 직무 태만”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법이 시행된 뒤 부랴부랴 산정기준과 표준계약서 마련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국토연구원 용역을 통해 마련한 잠정안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고 있다. 법에는 권리금 관련 분쟁 시 손해배상 액수를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받기로 한 금액과 당시의 권리금(시세) 중 낮은 금액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바로 이 권리금 시세를 평가하는 기준을 국토부 장관이 고시한다. 그러나 산정기준은 일러야 다음달 10일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이번 주 중 산정기준을 잠정 결정하더라도 행정규칙이기 때문에 20일의 입법예고 기간을 둬야 한다.



 국토부는 산정기준에 바닥권리금(입지), 영업권리금(단골고객 수)과 같은 구체적인 사항은 넣지 않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신 ‘대표적 감정평가 방법인 원가법·수익환원법·거래사례비교법을 종합 적용해 권리금을 산정한다’는 원칙적인 기준만 제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원칙적인 기준만 고시되면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도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산정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임대인과 임차인이 따로 감정을 하게 되면 상당한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최현주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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