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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케리 방한, 위축된 한·미관계 회복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2015.05.18 00:24 종합 34면 지면보기
한·미 관계가 미묘해진 가운데 오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년3개월 만에 방한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미·일 관계보다 위축된 듯한 한·미 관계를 새롭게 다질 호기가 아닐 수 없다.



 한·미 관계에 큰 틈이 생긴 건 아니나 미국은 최근 과거사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간에 은근히 일본 손을 들어주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지난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방미 기간 중 상·하원 합동연설 등 지극히 환대한 건 그렇다 치자. 그러나 그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분명한 사죄를 하지 않았음에도 어물쩍 넘어간 건 큰 유감이다.



 그럼에도 방한한 케리를 향해 과거사 문제와 관련, 미국을 압박해 일본을 견제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전략은 아베 방미 때 이미 통하지 않는 걸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이 의미 있는 만남이 되도록 사전 조율하는 게 긴요하다.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는 아베의 합동연설 직후 이뤄져 자칫 초라해 보일 수 있다. 역대 대통령과 주변인물들의 탓도 크지만 한국 외교의 고질병 중 하나는 실속보다 외양에 치중해 왔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2년 전 이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데다 이번엔 실무방문인 만큼 아베 총리에 버금가는 환대를 기대하긴 무리다. 의전에만 너무 신경 써선 안 된다.



 북한이 실험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구체적인 방어책도 이번에 논의돼야 한다. 발사실험을 두고 진위 논란이 불거졌지만 틀림없는 건 북한이 SLBM 개발에 매진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대로라면 4~5년 내 실전배치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심해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잠수함을 탐지하기란 극히 어려워 SLBM은 ‘침묵의 암살자’로 불린다. 북한이 SLBM을 갖게 되면 미 본토에 대한 핵 보복이 가능해지고,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와 킬체인까지 모두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한·미 동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사안인 만큼 케리 방한에 맞춰 공동방어책을 설계하고, 다음달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그 얼개를 완성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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