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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약 아세요?]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 '아브락산'

중앙일보 2015.05.18 00:03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췌장암은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앓은 병으로 유명하다.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난치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 발표한 국내 췌장암 5년 생존율은 8.8%.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주요 10대 암 중에서 가장 낮은 생존율이다. 그만큼 사망률이 높고 예후가 좋지 않다.


잡스도 앓은 췌장암 … 사망 위험 낮추고 생존기간 연장

췌장은 암이 나타나는 장기 중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담즙·소화효소를 분비하고 인슐린을 만들어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돕는 기관이다. 문제가 생겨도 배가 더부룩하거나 영양분이 흡수되지 않아 체중이 빠지는 등 이렇다 할 특별한 증상이 없다. 특히 췌장은 크기가 작은 데다 몸속 깊은 곳에 숨어 있어 조기 발견이 힘들다. 간·위·소장·십이지장 등 여러 장기에 둘러싸여 있어 전이·재발도 잦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것도 췌장암 치료를 어렵게 한다. 지금까지 표적항암제 등 신약이 등장했지만 유독 췌장암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최근 췌장암 치료에 희망이 생겼다. 세엘진코리아에서 개발하는 췌장암치료제 ‘아브락산’(사진)이 주인공이다. 아브락산은 인체 단백질인 알부민이 항암제 파클리탁셀을 감싸는 냅(nab) 기술이 적용됐다. 겉이 단백질인 알부민으로 둘러싸여 이를 영양분으로 인식한 암세포가 잡아먹으면 암세포의 분화와 성장을 억제한다. 또 암 진행속도를 늦춰 생존기간을 늘린다. 기존 항암제와 비교해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작용한다. 입자 크기가 130㎚(나노미터)로 작아 암세포에 빠르고 신속하게 침투한다. 임상적으로 전이성 췌장암 생존기간을 유의하게 늘린 췌장암 표준치료제이기도 하다.



아브락산은 대규모 임상시험(MPACT)에서 췌장암 환자의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 미국·유럽·호주 등에서 전이성 췌장암 환자 861명을 대상으로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 치료군과 젬시타빈 단독 치료군으로 나눠 관찰했다. 그 결과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 치료군은 사망위험을 전체적으로 28% 감소시켰다.



생존기간 연장도 확인했다. 젬시타빈 단독 치료군의 전체 생존기간은 6.6개월(중앙값)인 반면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 치료군은 8.7개월까지 생존기간을 늘렸다. 단독치료군보다 전체 생존기간을 2.1개월 연장한 것을 입증했다. 이 연구는 2013년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게재됐다.



치료의 편의성도 개선됐다. 기존 항암치료는 통상 3~4시간 병원에 머물러야 한다. 호흡곤란·두드러기·저혈압·경련 같은 부작용을 억제하는 치료가 필요해서다. 아브락산은 이런 부작용을 없애 병원에 머무는 시간을 30분 이내로 크게 줄였다. 항암치료를 받는 날에도 입원하지 않고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아브락산은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로 젬시타빈과 함께 사용한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미국·캐나다·독일·이탈리아·덴마크·호주·일본 등 전 세계 40개국에서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췌장암 외에도 비소세포폐암·유방암 치료에도 사용한다. 국내에는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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