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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 돌보려 하지 말고 즐겁게 놀아줘라”

중앙일보 2015.05.18 00:03 건강한 당신 5면 지면보기
김상윤 대한치매학회 이사장
치매 환자를 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일까. 많은 치매 환자 가족이 수발을 들고 돌보는 일에만 급급해한다. 대한치매학회 김상윤(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사진) 이사장은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를 즐겁고 재미있게 해줄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김상윤 대한치매학회 이사장

환자가 이상행동이라도 보이면 가족은 다그치고, 환자는 위축된다. 안 좋은 기억이 가슴에 남아 환자는 우울해지고 증상이 악화된다. 치매 환자에게 이 같은 상황이 악순환한다.



김 이사장은 “가족은 환자가 조금만 잘못해도 ‘제발 이러지 말라’고 야단치곤 하는데 환자에게는 큰 상처로 남는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재미있게 놀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를 있는 그대로 대하고 즐겁게 해주면 기억을 돌리고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치매학회가 ‘일상예찬’ 캠페인을 기획한 취지이기도 하다. 치매학회는 지난 9일 캠페인 네 번째 기획으로 한국민속촌에서 ‘일상예찬 봄 소풍’을 개최했다. 118명의 치매노인과 보호자·자원봉사자 등 350여 명이 한데 모여 민요를 따라 배우고 사물놀이에 맞춰 춤을 춘다. 건강재료로 직접 ‘나만의 건강 차’도 만든다.



캠페인의 첫발은 단순했다. 치매 환자·보호자·자원봉사자가 한 식당에 모여 짝을 이뤄 식사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식사하며 어울리는 단순한 자리였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소원을 풀었다’는 환자와 보호자도 있었다. 김 이사장은 “치매 환자는 평소 식당에 한 번 가기도 힘들다. 이상행동을 할까 걱정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같은 처지의 환자들이 모여 어울림으로써 마음 편히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상예찬 캠페인을 통해 치매 환자들이 웃음을 되찾고 있다. 입을 굳게 닫았던 노인이 말을 하고, 잃었던 기억을 되살린다. 일상생활의 체험이 치매환자에게는 희망의 불씨가 된다.



김 이사장은 “치매 환자는 내일의 계획이 없기 때문에 기억이 과거에 머물고 안 좋은 기억일수록 강하게 남아 부정적으로 된다. 일상예찬은 바로 현재의 즐거운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밖으로 모시고 나가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치매학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상예찬 캠페인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약을 맺고 치매 환자를 위한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인 ‘시니어 조각공원 소풍’을 운영하는 것. 일명 갤러리 테라피다. 산책하고 만지고 느끼면서 소풍·놀이·미술치료를 모두 경험하는 방식이다. 김 이사장은 “갤러리 테라피는 아트 테라피와 다른 총괄적인 방식의 접근법”이라며 “외국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개념이라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2~3회 시범 운영한 뒤 매년 3회 이상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프로그램의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해외 학회에 발표할 계획이다.



류장훈 기자 ryu.ja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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