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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 실명 치료제, 이르면 2018년 나온다"

중앙일보 2015.05.18 00:03 건강한 당신 3면 지면보기
분당차병원 송원경 교수가 국제줄기세포 임상시험센터에서 배아줄기세포 치료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1상 임상 결과 발표한 분당차병원 송원경 교수

배아줄기세포는 난치성 질환자의 한줄기 빛이 될 것인가. 이에 대한 전망을 밝힌 연구결과가 나왔다. 치료제가 없던 건성 노인성 황반변성과 스타가르트병(청소년기 실명) 환자가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를 통해 부작용 없이 시력이 개선됐다는 임상연구 결과다. 아시아 최초는 물론 세계 두 번째 성과다. 두 질환 모두 망막이 손상돼 시력을 잃는다. 배아줄기세포 치료의 가장 큰 난관은 종양을 만들고,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이를 극복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게다가 시력 개선 효과까지 거뒀다. 물론 앞으로 다음 단계(2상)의 임상연구에서도 치료의 안전성이 유지돼야 하고, 효과를 더 높여야 한다. 상용화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분당차병원 송원경 교수를 만나 미래 청사진을 들었다.





-연구는 어떻게 이뤄졌나.



“2명의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와 2명의 스타가르트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를 주사하고 1년간 추적 관찰했다. 3명의 시력이 개선됐다. ETDRS시력표(일반 시력표와는 다른 국제표준 시력표)상 1개의 글자만 인식했던 사람이 13개를 읽고, 13개만 읽던 사람이 32개를 읽었다. 3줄(한 줄당 5개)을 더 읽으면 시각이 2배 좋아진 것으로 본다.”



-이들의 시력은 더 좋아질 수 있나.



“연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그 다음이 유효성이다. 다만 연구에 사용된 것은 용량이 5만셀이다. 용량을 높이면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물 실험과 미국 임상연구에서 10만, 15만셀로 용량을 높일수록 효과가 더 좋았다는 근거가 있다. 용량에 따른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최대치까지 증량을 계획하고 있다.”



-안전성 확보에 관건은 무엇인가.



“줄기세포 치료의 부작용 중 종양 형성은 동물실험에서 보면 8주 안에 나타난다. 우리 환자는 이미 이 기간을 넘어섰다. 더구나 세포실험·동물실험 등에서 종양 형성과 관련된 테스트를 다 마친 것이었다. 예측 가능한 한도 안에서 검사를 모두 마친 거다. 면역거부반응은 쉽게 예단할 순 없다. 하지만 이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쓰고 있고, 우리 병원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누적 환자가 40명을 넘었는데 아직 이상 소견은 없다. 계속 주시하고 있다.”



-2상 임상이 완료되면 상용화가 가능한가.



“이번에 스타가르트병에 대한 1상 임상이 끝났고, 노인성 황반변성은 1상 임상과 2A 임상을 한꺼번에 진행하고 있다. 스타가르트병 2상 임상은 올 하반기에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일반적으로는 3상 임상까지 완료해야 품목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타가르트병의 경우 ‘개발 단계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돼 2상만 완료하면 된다.”



-시점은 언제가 될 것으로 보나.



“스타가르트병 2상 임상 기간은 3년 정도로 잡고 있다. 2018년까지 진행된다. 앞으로도 통계적·임상적으로 큰 부작용 없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면 2상 임상이 끝난 뒤 약물 개발이 완료됐다고 할 수 있다.”



-2상을 완료하더라도 연구 대상이 많지 않은데.



“배아줄기세포 치료가 까다로워서다. 보통은 임상시험에서 약을 환자에게 투여하기만 하면 되지만 줄기세포는 다르다. 살아 있는 세포이기 때문에 적정 수준 이상의 질이 확보돼야 한다. 줄기세포는 얼리기 전, 해동 후 오염도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고 생존율도 높아야 비로소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또 해동 후 4시간 안에 환자에게 이식돼야 한다. 모든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환자 수술 준비가 돼 있는데 정작 줄기세포의 질이 안 좋으면 못한다. 그래서 백업 줄기세포와 인력을 갖추고 시행하지만 까다로운 작업이다. 그만큼 엄격하게 안전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가 필요하지 않나.



“2상에 들어가면 또 환자 모집을 한다. 그때 병원에 예약하면 된다. 그런데 임상시험 환자 기준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30여 가지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50세 이상이어야 하고, 건성 노인성 황반변성 외에 다른 안과질환이 없어야 하며, 암이 없어야 한다. 조건에 해당하는 환자를 찾는 게 쉽진 않다.”



-이번 연구 결과가 다른 난치성 질환 연구에 갖는 의미는.



“배아줄기세포 치료가 눈에 처음 시도된 이유가 있다. 망막 아래 줄기세포가 들어가는 공간이 혈액망막장벽이라고 해서 면역거부반응의 우려가 적다는 근거 때문이었다. 면역관용지역인 거다. 거부반응이 다른 장기에 비해 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다른 난치성 질환 치료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별도로 면역거부반응에 대한 연구가 차차 이뤄져야 한다. 그래도 종양 형성이 없었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앞으로 연구가 더 활성화될 것 같다. 연구에 함께한 환자분들에게 고맙다.”



황반변성과 스타가르트병=두 질환 모두 상이 맺히는 망막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황반은 대부분의 시세포가 모여 있는 중심부로 이 부위가 망가지면 사물이 일그러지거나 어둡게 보인다. 나이·고혈압·흡연 등이 황반변성의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반면에 스타가르트병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 황반의 시세포가 망가진다. 선천성 황반변성이라고도 부르며 젊은층에 주로 나타난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연구 4년 전 첫발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연구의 첫발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5월 스타가르트병에 대한 1상 임상 연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노인성 황반변성에 대한 임상 허가는 2012년 5월 이뤄졌다. 2012년 11월 노인성 황반변성의 첫 환자에 대한 시술이 이뤄졌다. 스타가르트병 첫 환자는 5개월이 지난 다음해 4월 배아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스타가르트병 배아줄기세포 치료제가 식약처로부터 ‘개발 단계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됐다. 2상 임상 연구만으로 품목 허가가 가능해지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 4월 30일(미국 동부 기준) 송원경 교수의 아시아 최초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결과가 스템셀리포트(STEM CELL REPORT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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