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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결혼식의 진화 이젠 ‘셀프 웨딩’이다

중앙선데이 2015.05.16 16:39 427호 29면 지면보기
한때 ‘작은 결혼식’이 사회적 이슈였다. 부모나 자식이나 ‘남들 이목 때문에’ ‘한 번뿐이니까’라는 이유로 부담스러운 혼례를 치르지 말자는 게 골자였다. 특히 결혼식 몇 시간을 위해 쓰는 돈만 평균 1600만 원, 일명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까지 포함하면 2000만원에 육박한다는 숫자가 등장하면서 더욱 힘이 들어갔다.

스타일#: 그들도 효리처럼

캠페인이 잠잠해지며 그러다마는 구호인가 싶었는데, 새삼 대세가 되는 모양새다. 이른바 ‘셀프 웨딩’이다. 요즘 예비 신랑·신부들은 본식 전 이뤄지는 스튜디오 촬영 대신 밖으로 나가 찍는 게 유행이란다. ‘스드메’를 패키지로 묶는 기존 방식을 과감히 벗어난 것. 10만원이 안 되는 드레스를 사서 입고, 직접 화장을 하고, 공원이나 펜션·바닷가에서 삼각대를 놓고 셀프 촬영을 감행한다. 강원도 양떼목장, 파주 임진각, 서울 방이동 올림픽 공원 등은 단골 촬영지다.

좀더 그럴듯한 사진을 원할 경우 사진가만 따로 고용할 수도 있다. 이마저도 진화 중이라 커플들 중엔 아예 펜션을 빌려 1박2일 출사에 나서거나, 같은 장소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을 모두 담아내는 대장정을 벌이기도 한다.

원스톱 패키지를 거부하고, 일일이 손품 발품을 들여 셀프 웨딩을 하면 비용이 줄어든다. 기본 200만원에 가까운 촬영 비용을 10분의1로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정년 그것만이 이유일까. 셀프 웨딩의 시초에 답이 있다.

2년 전 주목받았던 가수 이효리의 결혼식-. 최고 패셔니스타인 그는 협찬 브랜드가 꽉꽉 박힌 포토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수백 명의 동료 스타들이 하객 패션으로 주목받는, 그런 판에 박힌 웨딩을 거부했다. 대신 단출한 웨딩 드레스에 민낯 같은 메이크업과 화관, 막 들에서 꺾어온 것 같은 풀꽃을 부케로 들고 가까운 지인들과 혼례를 치렀다. 웨딩 사진 역시 집안에서 정원에서 스냅사진처럼 자연스러웠다. ‘뭘 해도 멋져 보이는’ 그의 남다른 선택은 작은 결혼식이 더 스타일리시할 수 있다는 벤치마킹 사례가 됐다. 본식까지 따라하진 못해도 촬영만이라도 비슷하게 해보자는 시도가 예비 부부들 사이에서 이뤄졌다.

셀프 웨딩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인위적으로 가르친다고 달라질 수 없는, 자생적 변화의 영역임을 확인시켜 준다. 이해득실의 셈법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취향과 감성이 동한다면 알아서 새로운 길을 택한다는 얘기다. 특히 지금 세대란 어떤 이들인가. 돈 모아 집 사기보다 여행을 떠나고, 밥은 김밥 한 줄로 때울지언정 입소문 난 케이크 한 조각 먹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더구나 얼짱 각도 셀카 찍기와 셀카봉까지 섭렵했다. 시키는 대로 포즈 잡고 미소 짓는 게 무슨 재미가 있으랴.

작은 결혼식의 취지는 허례허식의 탈피다. 하지만 더 힘을 얻으려면 예비 부부가 늘 갖는 불만- 말하자면 판박이처럼 똑같은 스타일, 그래서 누가 왔는지도 모르게 30분 만에 끝난다는 그 아쉬움-을 바꿔보자는 의미가 더 부각돼야 한다. 작으니까 다른 게 아닌, 다르기 위해 작아지는 결혼식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캠페인이나 서명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좋고 멋진 건 알아서 퍼지지 않나.


글 이도은 기자dangdol@joongang.co.kr, 사진 이효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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