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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지도자 30명, 북에서 남으로 DMZ 걸어서 넘는다

중앙일보 2015.05.16 02:01 종합 5면 지면보기
스타이넘
정부가 15일 국제 여성 지도자들이 비무장지대(DMZ)를 북에서 남으로 걸어서 종단하는 행사인 ‘위민 크로스 DMZ(Women Cross DMZ·WCD)’을 조건부로 승인하기로 했다.


정부 “판문점은 정전 관리지역”
24일 경의선으로 종단 허용
노벨평화상 수상 2명도 참여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유엔군사위원회(UNC)와 협의해 검역 등 남북 출입 등에 필요한 절차를 고려해 경의선 도로를 이용해 달라고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WCD는 판문점을 통해 DMZ 북쪽에서 남쪽으로 종단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통일부는 경의선 육로로 종단할 경우에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통일부가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건 판문점이라는 장소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한 관계자가 말했다. 판문점은 1953년에 정전협정이 맺어진 뒤 UNC가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곳이다. 민간단체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과 남한을 오간 전례가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익명을 전제로 “판문점은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지역이므로 출입경 통로로는 부적절하다”며 “남북 간 통행 절차가 이미 합의되어 있는 경의선 육로 이용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정전체제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UNC도 판문점을 통한 종단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정현경(WCD 행사 집행위원) 미 유니언신학대 교수는 15일 밤(현지시간) 본지와의 통화에서 “판문점을 통한 종단이 승인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면서도 “(정부 권고대로) 행사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교수는 WCD 명예공동위원장인 글로리아 스타이넘(81),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메어리드 코리건매과이어(아일랜드)와 리마 보위(라이베리아) 등과 협의한 뒤 최종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지에서 출발할 WCD 참가자 30여 명은 중국 베이징에 21일께 집결한 뒤 평양으로 향할 예정이다. 정 교수는 “이미 항공권 발권도 마쳤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민간단체인 에이스경암의 15t 소규모 대북 비료지원 허용을 시작으로, 지난 4일 6·15선언 남북공동행사를 위한 남북 사전접촉을 승인하는 등 남북한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시도를 해왔다. 지난 9일 북한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한 뒤에도 통일부는 “안보 도발엔 단호히 대응하되 민간 교류는 원칙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반면 WCD 행사에 대해선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속도가 더뎠다. 통일부 당국자는 “ 행사가 자칫 정치적인 편향성을 띠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결정을 미룬 건 행사일인 5월 24일이라는 시점도 작용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시행한 5·24 대북제재 시행 5주년과 겹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WCD 업무를 담당하는 수지 김 미 럿거스대 교수는 “5월 24일은 ‘세계여성 평화군축의 날’이라서 그날을 정한 것일 뿐 한국의 정치적 의미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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