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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24년 이재용 ‘3세 경영’첫 발 … 금융 글로벌화로 승부

중앙일보 2015.05.16 01:59 종합 6면 지면보기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 그가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에 오르면서다. 부친인 이건희(73) 회장이 갖고 있던 세 가지 공식 직함 중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한 두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다. 당장 회장 자리와 이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기 힘든 만큼 이번 선임은 승계 절차를 밟기 위한 첫 단추를 채운 것으로 풀이된다.


재단 이사장 맡은 이 부회장
이병철 회장이 22년간 지낸 자리
창업 일가 정통성 계승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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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두 재단 이사장 선임은 이 부회장이 삼성 창업 일가의 정통성을 계승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1965년 사재를 출연해 세웠다. 이병철 회장은 재단 설립부터 타계하기 직전인 87년까지 초대 이사장직을 지낸 바 있다.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 역시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세 차례 맡아왔다.



 그룹 내 실질적인 ‘리더’로서의 자리도 더욱 굳혔다. 이 부회장이 그룹 내에서 창업 일가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2010년 사장 승진과 함께 삼성 후계자로 입지를 굳혔지만 아직까진 전면에 나서 특정 회사나 사업을 책임지지 않았다. 이젠 와병 중인 이 회장을 대신해 대외적으로 삼성의 사령탑으로 나선 것은 물론이고 사회공헌·문화지원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고 할 수 있다.



 호암·리움미술관 운영을 담당하는 삼성문화재단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서 큰 역할을 할 삼성생명 지분(4.68%)을 비롯해 제일모직(0.81%)·삼성전자(0.02%)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운영을 관장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역시 삼성생명(2.1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신임 이사장직에 오름에 따라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승계’라는 상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의 재단은 두 재단을 포함해 삼성복지재단·호암재단·삼성꿈장학재단 등 총 5곳이다. 이 가운데 사실상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삼성꿈장학재단을 제외하면 삼성의 영향력이 미치는 재단은 4곳이다. 이들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은 총 6.9%에 달한다.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0.06%에 불과하다.



 일각에서 이번 이사장 선임을 계기로 삼성의 재단이 ‘승계 통로’로 쓰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재단을 통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확장하거나, 이 회장의 보유 지분을 재단으로 넘기는 우회 상속 등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주식가치 기준 12조원) 상속에 따르는 최대 6조원의 상속세를 투명하고 당당하게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단 이사장 선임으로 이 부회장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경영 화두’를 던지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온 부친 이건희 회장 못지않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전자와 더불어 이 부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건 ‘금융 부문의 글로벌화’다. 이 부회장은 최근 그룹 대표 자격으로 중국 최대 국영그룹인 시틱(CITIC)그룹의 창전밍(常振明) 회장을 만나 금융사업 협력을 제안한 데 이어 삼성 금융계열사에 별도 사무실을 마련하고 직접 경영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탈리아 최대 투자회사인 엑소르 사외이사직을 맡아 금융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국가별 1위 금융회사와 네트워크를 쌓으며 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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